#2013년 대성창업투자가 드라마 제작사 ‘래몽래인’의 전환사채(CB)에 투자하기로 결정했을 때 시장은 반신반의했다. 2007년 설립된 회사는 ‘그저 바라보다가(2009)’, ‘성균관 스캔들(2010)’ 등의 호평 받은 드라마를 여럿 제작하긴 했지만 향후 진행할 프로젝트 가운데 속칭 ‘대박’의 느낌이 오는 작품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성창투에서 문화 관련 투자 심사를 총괄하는 박근진 상무는 ‘래몽래인’의 조금 다른 지점을 봤다. 박 상무는 “김동래 대표의 이력을 보니, 유망하지만 아직 톱스타는 아닌 신인을 캐스팅함으로써 제작비 단가를 줄이는 동시에 시나리오나 이야기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공을 들이는, 즉 기본에 충실함으로써 작지만 알찬 수익을 내왔던 사실이 뚜렷이 보였다”며 “당장 한류 스타가 출연해 화제를 모으는 드라마가 제작될 건 아니었지만 언젠가는 분명 빛을 볼 강소기업이라 생각해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생각은 결과적으로 정확했다. 12억 원 치 전환사채는 올해 37억 원이 되어 돌아왔고 2014년 20억 원 투자했던 드라마 ‘야경꾼일지’도 24억 원이라는 안정적 수익을 가져다줬다. 박 상무는 “래몽래인이 2014년 코넥스에 상장되는 등으로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투자’의 의미가 제대로 달성된 측면도 있다”고 했다. 더불어 회수한 수익금 일부가 2017년 1월 한국·일본·중국 동시 방영을 계획하며 제작에 돌입한 래몽래인의 새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에 재투자되는 선순환되는 구조까지 만들어졌다.
최근 높아진 문화산업에 대한 관심과 함께 과실을 함께 누리려는 투자자들도 대폭 늘어났다. 대부분은 인기 한류 스타의 출연 여부와 검증받은 작가·연출자·제작자의 작품을 고르는 ‘프로젝트’ 위주의 투자를 한다. 하지만 대성창투는 프로젝트 자체의 경쟁력 외에도 한 가지를 꼭 짚고 넘어가는 게 있는데 바로 작품 제작사의 신뢰도다. 박 상무는 “영화 한 편 제작하려면 100억 원이 드는 현실에서 정작 제작사의 자본금은 한 자리 숫자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위험한 ‘대박’보다는 투명하고 신뢰 높은 업체를 고르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현명한 길”이라고 설명했다.
대성창투는 1986년 설립돼 2015년 말 기준으로 총 2,987억 원의 투자조합을 운용하고 있다. 정보통신(IT), 바이오 등에 다양한 벤처 분야에 투자해왔는데 2002년 대성그룹에 편입된 후로는 영화·드라마·게임 등 문화콘텐츠 분야에 대한 투자에 집중했다. 모그룹의 주력 사업인 대성에너지가 연탄·도시가스 등으로 사람들의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일을 하니까 대성창투가 문화콘텐츠 육성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길 바란다는 그룹 오너의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실제로 대성창투는 문화콘텐츠산업이 채 무르익기 전인 2002년부터 영화 등에 투자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말아톤’, ’미녀는 괴로워’, ‘광해, 왕이 된 남자’, ‘명량’, ‘국제시장’, ‘암살’ 등이 주요 성공작이다. 영화에서의 성공은 ‘보스를 지켜라’, ‘아테나 : 전쟁의 여신’ 등 드라마 투자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게임·애니메이션·출판·공연/음악 등 다양한 분야로까지 범위를 넓혔다. 가수 윤종신이 대표로 있는 미스틱 엔터테인먼트, 게임 ‘크루세이더 퀘스트’로 유명한 ㈜로드컴플릿, 모바일게임 ‘크로우’로 인기를 끈 ㈜이엔피게임즈 등이 주요 투자처다.
최근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가상 현실(VR·Virtural Reality)이나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홀로그램 같은 기술과 콘텐츠를 결합한 융복합 콘텐츠다. 제주도 기반의 애니메이션 업체 피앤아이시스템에 투자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피앤아이시스템은 군대에서 사용하는 낙하산 시뮬레이션 등 VR 개발을 진행하는 한편 아동용 3D 애니메이션 ‘모두모두쇼(MBC)’를 제작·방영 중이다. 올 상반기 중 코넥스 상장 계획도 세우고 있다. 박 상무는 “최신 기술과 결합한 융복합 콘텐츠는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라며 “하나의 원천 스토리를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 등으로 변환하는 미디어믹스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와중 색다른 융복합 콘텐츠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시대가 곧 올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