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은 인재경영을 바탕으로 증권업계 선두권의 수익창출력을 보이고 있다. 올해까지 아홉 번째 연임에 성공해 증권업계 최장수 CEO 기록을 경신한 유상호(왼쪽 세번째)사장이 직원들과 함께 ‘트루 프렌드 페스티발’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아시아 최고 투자은행’로 도약하기 위해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WM)부문 역량을 집중 강화하고 있다. 기존 위탁 수수료 기반의 전통적인 수익 구조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IB와 WM 사업을 양대 축으로 삼아 아시아 지역에 공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현지법인이나 지점을 개설하는 수준이 아니라 각 지역의 현지 증권사를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006800))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뒤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IB와 WM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골자다. 기업금융본부와 퇴직연금본부를 총괄해온 정일문 부사장을 개인고객(WM)그룹장으로 발령했고, 김성환 PE본부장을 IB그룹장으로 선임했다. 한국투자증권 IB를 이끌던 총괄임원을 WM으로 보낸 것은 IB와 WM 간 시너지를 노렸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WM 부문 순영업수익(별도기준)은 4,353억원 가량. 이 가운데 브로커리지(위탁수수료)와 이자수익이 77%가량을 차지했고, WM수익은 23%에 불과했다. 한국투자증권만의 WM상품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 부사장을 WM부문에 배치한 것은 WM사업의 수익을 전체 순영업수익의 절반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를 위해 창의적인 상품과 해외 주요 기관들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초 제로금리 수준의 일본 국채를 국내 금융사 최초로 리테일 고객에게 내놨고, 세계 8위의 펀드운용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웰링턴매니지먼트와 전략적 사업제휴(MOU)를 맺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세계 유수의 기관자금만을 운용하는 웰링턴과 협력해 고객들이 유력 글로벌 기관과 같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갖출 수 있게 됐다”며 “IB부문을 총괄하던 정 부사장이 WM부문 지휘봉을 잡으면서 딜에서 파생되는 상품 선별 능력과 네트워크를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에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할 예정이어서 본격적인 ‘증권+은행’ 시너지도 기대된다. 한국투자증권은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071050)가 카카오뱅크에 참여한 만큼 자금관리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금융상품을 출시해 고객기반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IB와 WM부문 강화와 더불어 인터넷은행을 통한 신규사업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아시아 최고 투자은행으로 도약하겠다는 중장기 플랜을 세웠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994년 영국 런던법인 설치 이후 홍콩·뉴욕·싱가포르 등에 진출했다. 지난 2010년에 베트남 현지 증권사를 인수해 설립한 ‘키스베트남’은 과거 베트남 내에서 50위권에 머물렀던 증권사였지만, 지난해에는 9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올해는 현지 증권사 중 톱5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대형 IB들이 주목하지 않는 아시아 지역의 틈새시장에서 한국형IB의 성공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 2014년에 설치된 인도네시아 사무소가 현지 금융사 M&A를 위해 실사에 나선만큼 올해 안에 인도네시아 증권사 인수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