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불패' 김세영, 리우 메달 "이상무"

LPGA 마이어 클래식 최종
124야드 러프 세컨드샷 홀 1.5m 붙여
연장 첫홀 버디로 시즌 2승
태극낭자 한달여만에 우승

김세영이 20일(한국시간) 마이어 클래식 우승 뒤 주먹을 쥐고 고개를 젖히는 특유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장타자 김세영은 이날 드라이버 샷 평균거리 296.5야드를 찍었다. /벨몬트=AP연합뉴스


“정말 비싼 고화질(HD) 카메라인데도 볼을 찍을 수가 없군요. 딤플 하나조차도 찾지 못하겠어요.”

20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블라이드필드CC(파71·6,414야드)의 18번홀(파4). 두 번째 샷을 앞둔 김세영(23·미래에셋)을 비추던 TV 중계 카메라는 끝내 볼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깊은 러프에 숨어 있어 정교한 샷을 기대하기는커녕 볼이 보이지도 않았다. 현지 해설진은 “HD 카메라에도 잡히지 않는다”는 말로 김세영이 맞은 어려움을 설명했다.

하지만 핀까지 124야드 거리에서 가파른 백스윙 뒤 강한 임팩트로 들어간 김세영의 샷은 자석에 끌리듯 홀 근처로 향했다. 멈춰선 곳은 홀 1.5m 옆. 그 어려운 것을 해낸 김세영은 캐디와 손뼉을 마주치며 예약된 우승을 자축했다.


‘에이스’ 김세영이 한국여자골프에 드리운 올림픽 노메달 위기감을 걷어차 버렸다. 이날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이어 클래식에서 김세영은 연장 끝에 우승했다. 최종 4라운드를 선두에 1타 뒤진 단독 3위로 출발한 그는 버디 4개, 보기 1개를 기록해 최종 17언더파로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와 공동 선두로 마친 뒤 18번홀(파4) 연장 첫 홀에서 버디(시간다는 보기)를 잡아 우승했다. 시즌 2승이자 통산 5승으로 상금은 30만달러(약 3억5,000만원). 최근 5개 대회 연속으로 외국선수들에게 트로피를 뺏겼던 한국여자골프는 김세영을 앞세워 1개월18일 만에 우승 고리를 다시 이었다. 한국선수들은 올 시즌 17개 대회에서 6승을 합작했다.

한국선수 중 박인비(3위)에 이어 세계랭킹이 두 번째로 높은 김세영은 세계 5위를 지켜 4명이 나가는 오는 8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이 더 유력해졌다. 손가락 통증으로 이번 대회에 나오지 않은 박인비는 다음달까지도 통증이 가시지 않으면 출전권을 양보할 수도 있다는 자세여서 김세영이 대표팀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한다.

김세영은 몰입의 위력을 증명해냈다. 그의 이번 대회 목표는 ‘리더보드를 보지 않는 것’이었다. “최근 몇 개 대회에서 경기 중 리더보드를 본 뒤 흔들린 경험이 있어서”라는 설명이다. 이날 정규 18홀을 끝낸 뒤 연장에 가는 줄도 모를 정도로 김세영은 자신의 플레이에만 몰입했다. 마지막 홀에서 드라이버 샷을 나무 밑 러프로 보낸 뒤 4.5m 파 퍼트를 놓쳐 보기를 적은 김세영은 그래도 우승인 줄 알고 ‘손키스’를 날리는 세리머니를 했다. 그는 “경기요원이 왜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 몰랐다. 연장 첫 홀 티잉 그라운드에 가서야 연장전에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우승 목전에서 연장에 끌려간 셈이 됐고 방금 실수를 저질렀던 홀에서 1대1 연장 승부를 벌이게 됐지만 승부사 김세영은 흔들림이 없었다. 왼쪽 러프에서의 완벽한 두 번째 샷으로 지난 3월 JTBC 파운더스컵 이후 3개월 만에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는 “(러프에서의 샷이라 런이 많을 것을 계산해) 그린 앞 10m에 떨어뜨리려 했는데 의도대로 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 바지를 입고 나온 김세영은 연장불패도 이어갔다. 지난해 LPGA 투어 데뷔 후 연장에서는 3전 전승이다. 김세영은 “경기 전 목표가 노 보기였기 때문에 마지막 홀 보기에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반드시 만회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연장에 임했다”고 돌아봤다.

전날 공동 선두였던 전인지(22·하이트진로)와 렉시 톰프슨(미국)은 이날 각각 이븐파, 1오버파에 그쳐 단독 3위(15언더파)와 공동 4위(14언더파)로 마무리했다. 올림픽 메달 후보로 급부상한 브룩 헨더슨(캐나다)과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은 각각 공동 21위(6언더파), 공동 18위(7언더파)에 머물렀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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