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스타인을 비롯한 참전용사들은 방한 기간 6·25전쟁 66주년 기념식 참석, 판문점 방문,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전쟁기념관 헌화 등의 일정과 함께 서울 이태원과 인사동 등도 돌아본다. 번스타인은 지난 4월 개봉한 영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소네트’ 주인공으로 1951년 4월부터 1년6개월간 미 8군 일병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참전용사 자격으로 방한하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세이모어 번스타인(가운데 앉은 사람)이 지난 1952년 미군기지에서 전선 위문공연을 하고 있다. 최전방에서 100회 공연한 번스타인은 4·19 학생의거 당시 부상당한 대학생들에게 위문 공연을 펼친 적도 있다. /사진제공=국가보훈처
그는 최전방에서 100여차례 피아노 공연을 하며 전쟁의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리는 군인들에게 위안과 용기를 불어넣었다. 피아노 옆에는 언제라도 전투에 나설 수 있도록 소총이 놓여 있었다. 번스타인은 “최전방에서 개최된 공연들은 언덕 밑에 피아노를 배치한 상태에서 이뤄졌다”면서 “군인들은 언덕 경사에 앉았고 포탄이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공군이 언덕 위를 비행하며 우리를 지켜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번스타인은 전역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1955년 서울교향악단 지휘자였던 존 김의 초대로 방한해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1960년 미 국무부 후원으로 다시 한국을 찾았을 때는 방한 기간에 4·19혁명이 일어나 콘서트 계획이 모두 취소됐다. 당시 그는 콘서트 대신 이승만 정권에 항거하다 다친 이들이 입원해 있던 서울대병원에서 연주했다.
번스타인은 “당시 미국 대사였던 월터 매카너기가 미국이 다친 학생들의 편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공연을 승인했다”며 “연주 모습이 세계 각국에 방영됐다”고 말했다. 번스타인은 24일 열리는 국군과 유엔 참전용사를 위한 위로연과 27일 감사 만찬 행사에서 함께 방한한 전우들을 위해 66년 전 전쟁터에서 들려준 피아노 선율을 다시 연주할 계획이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