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삼성전자의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3년 기준 20%에 육박하며 1위를 달렸다. 하지만 샤오미·화웨이 같은 중국 업체에 치여 지난해에는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인도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의 추격이 거센데 중국 업체에 똑같이 가격을 낮춰 대응하기보다는 수익성을 고려한 판매전략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신시장 진출을 통한 미래 먹거리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 같은 전략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도가 일정 부분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의미 없는 숫자 경쟁보다는 실질적으로 수익성을 제고하면서 삼성전자의 역량을 높일 전략을 취하라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실용주의’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말이다.
실제 20일 있었던 인베스터스 포럼에서는 이런 면을 엿볼 수 있다.
장혁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부사장은 이날 열린 ‘삼성 인베스터스 포럼 2016’을 통해 ‘퀀텀닷 소재와 디바이스의 발전’을 주제로 강연하며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는 QLED 디스플레이를 실제 제품에 적용하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그간 액정표시장치(LC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이후의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QLED를 점찍고 종기원을 통해 기초연구에 몰두해왔다. 상용화될 QLED 제품을 위한 로드맵은 이번에 처음 만든 것이다.
IoT에서는 반도체 모듈인 아틱과 아틱을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서비스가 소개됐다. 소병세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삼성전략혁신센터 기술전략팀장(부사장)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메모리, 센서 등으로 구성된 초소형 IoT 모듈인 ‘아틱 모듈’과 ‘아틱 클라우드’를 통해 IoT 생태계를 공략하겠다”면서 “오는 2020년까지 전 세계에서 1억개 이상의 기기에 아틱을 연결시키겠다”고 전했다.
이날 포럼을 통해 소개된 QLED와 아틱은 신성장동력을 요구하는 시장에 대한 삼성의 대답이라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4년 이후 반기마다 인베스터스 포럼을 개최하고 삼성전자가 앞으로 주력할 가능성이 높은 신기술·신제품을 상세히 소개해왔다. 앞서 삼성전자는 14~16일(현지시간) NH투자증권 주최로 열린 미국 투자자 미팅에서는 3차원(3D) 낸드플래시 메모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스마트폰 실적 등 기존 주력 사업 현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그간 ‘발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일본을 물리치고 연매출 200조원이 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1988년 세계 최초의 LCD TV는 일본 샤프가 만들었지만 2016년 현재 세계 1위 LCD TV 업체는 삼성전자다. 애플은 2007년 스마트폰을 처음 만들었지만 올해 1·4분기 기준 점유율 1위 역시 삼성전자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성장성이 유망한 분야를 놓치지 않고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를 단행하면서 선두였던 기업들을 위협할 수 있었다”며 “후발주자가 갖는 태생적 한계를 전략적으로 극복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인도 기업들이 급성장하면서 삼성전자는 더 이상 발 빠른 추격자 전략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 주요 백색가전·TV·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례차례 내주면서 삼성전자는 2020년 약속했던 연매출 400조원은커녕 올해 200조원 유지에도 빠듯한 처지가 된 것이다. 실적을 뒷받침하던 반도체마저 시장의 수요 부진에 직면하며 관련 업계는 삼성의 미래를 한층 우려스러운 눈길로 보던 상황이다.
이날 포럼에서 삼성전자는 첨단소재·SW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삼성만의 전략인 ‘규모의 경제’도 공개했다. 세계 1위 스마트폰·반도체 생산 기업의 위상을 앞세워 인텔 등 경쟁자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 부사장은 “이미 많은 기업들이 삼성처럼 자신만의 IoT 모듈·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삼성은 오랫동안 가전·반도체 분야에서 다져온 규모의 경제를 활용할 수 있다”며 “스마트홈에서 시작해 건물·운송수단·헬스케어에 이르기까지 빠른 속도로 생태계를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는 신성장동력의 빠른 성공을 위해 폐쇄적인 기업 문화를 바꿔 글로벌 협력을 바탕으로 한 개방적 문화를 앞세우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글로벌 기업·개발자들과의 협력 없이는 첨단 신산업에서 승기를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체 기술에 의존하던 방식을 바꿔 인수합병(M&A)과 개방형 플랫폼을 적극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15일(현지시간) 인수한 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 조이언트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이 밖에도 모바일 결제회사인 ‘루프페이(현 삼성페이)’, 스마트홈 서비스 기업인 ‘스마트싱스(현 삼성스마트싱스)’를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M&A를 다각도로 확대하고 있다. /이종혁·김현진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