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삼성은 GM·포드 등 글로벌 기업에 납품할 만큼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 정부는 네 차례에 걸쳐 56개사에 배터리 인증을 내주면서 유독 한국 업체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배제해 논란을 빚고 있다. 그간 등록업체 가운데 중국 기업이 54곳에 달하고 달랑 2곳인 외국사도 중국 업체가 지분을 갖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인증과 관련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데다 탈락사유도 제때 공개하지 않아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을 견제하고 자국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불공정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 정부는 올해 초 우리가 주력해온 삼원계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을 뿐 아니라 화장품·조제분유 등 전방위에 걸친 규제조치로 한국 기업들을 견제하고 있다. 조제분유와 관련해 브랜드와 제품 수를 각각 3개와 9개로 제한하는 터무니없는 규정을 새로 내놓는가 하면 한국산 조미김은 과도한 위생기준으로 수출길이 막히고 있다. 이러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지만 중국 특유의 비관세장벽 때문에 한국 기업들만 차별과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게 마련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중국의 조치에 항의를 했다고는 하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앞으로도 주요 경쟁상대인 한국 기업을 겨냥한 비관세장벽을 강화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정부와 기업들은 한중 FTA 투자규정을 활용해 차별대우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필요하다면 국제중재 절차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