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합리적인 결정이다

온 나라를 국론분열로 몰고 갔던 영남권 신공항이 또 무산됐다.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과 국토교통부는 21일 영남권신공항 사전 타당성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면서 밀양이나 가덕도 모두 신공항 후보지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신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선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단순한 보강 차원을 넘어 활주로·터미널 등 공항시설을 대폭 신설하고 접근 교통망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해공항을 업그레이드하면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고 영남권 거점공항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5년 전 신공항 계획을 백지화했을 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결과다.


예상은 못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장 타당성 있다고 판단했던 내용이다. 전국 14개 지방공항 중 흑자를 기록한 곳은 김포와 김해·제주 3곳뿐이다. 나머지 11곳은 모두 적자다. 영남권공항 중에도 김해를 뺀 대구·울산·포항·사천 4곳이 모두 수지를 못 맞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공항을 또 만든다면 국민 혈세만 낭비할 게 뻔하다.

물론 신공항을 통해 지역경기 회복을 기대했던 주민들은 서운할 수 있다. 이렇게 된 데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신공항 논의는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검토됐지만 2011년 사업비 과다와 경제성 미흡으로 없던 일이 됐다. 하지만 1년 뒤 대선을 앞두고 영남 표를 의식한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에 의해 되살아났다. 최근에는 대선을 앞두고 서로 유리한 판을 짜기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수단으로 삼았다. 신공항 자체가 정치논리의 결과물이라는 의미다. 오죽하면 ADPi조차 후폭풍을 고려해야 했다고 고백했을까.

결과는 발표됐다. 남은 것은 영남을 10년 가까이 갈라놓았던 대립과 극단을 해소하는 일이다. 용역 결과에 승복하고 협력방안을 찾는 것이 첫걸음이다. 이제야말로 진짜 정치가 필요한 시기다. 유치에 실패한 지역 민심을 추스르고 갈등과 분열을 화합과 협력으로 바꾸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우리에게는 더 이상 국력을 낭비할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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