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넘은 시스팬...韓정부에 "한진해운 문제해결 앞장서라" 압박수위 높여

게리 왕 시스팬 CEO


한진해운과 용선료 협상을 벌이고 있는 캐나다계 선주사인 시스팬이 이번에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도를 넘는 수준의 거센 공세에 나섰다. 시스팬은 한진해운에 7척의 컨테이너선을 빌려준 최대 선주 중 한 곳으로 “용선료를 낮추느니 차라리 배를 회수하겠다”고 최근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압박의 수위를 점차 높혀가고 있다.

게리 왕(사진) 시스팬 최고경영자(CEO)는 22일 해운전문 외신인 스플래시와의 인터뷰에서 “한진해운 사태는 단순히 해운산업뿐 아니라 한국의 수출과 준법국가라는 명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며 “내가 한국 정부라면 한진해운 뒤에 단호히 버티고 서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한국 정부가 나서 한진해운 사태를 책임지고 풀어내라고 압박한 셈이다.


그는 “한진해운은 단기 유동성 위기만 극복하면 멀쩡하게 잘 운영될 수 있는 기업”이라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와 산업은행이 자금 지원에 나서지 않을 경우 회사가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는 물론 조 회장 일가의 사재출연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왕 회장의 거듭되는 ‘언론전’에 대해 해운업계에서는 시스팬이 행보가 넘지 말아야 할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시스팬이 한진해운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다양한 압박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일개 선주사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모습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시스팬이 한진해운 선박을 회수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컨테이너선 시장 운임을 고려하면 시스팬으로서도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한 카드”라며 “한진해운이 용선료 즉시 지급 대신 협상안으로 제시한 출자전환 등에서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취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