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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는 정말 영리한 마케팅 수단입니다. 베트남 소비자들은 매일매일 TV와 인터넷을 통해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 음악을 듣습니다. 어떤 광고보다 효율적이고 자연스러운 광고인 셈이지요.” 딘띠미로안(사진) 베트남 유통협회장은 베트남 소비자들이 한국 제품에 대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는 중요한 이유로 한류를 꼽았다. 베트남유통협회는 일반 슈퍼마켓 체인부터 가전전문 매장까지 총 200개에 달하는 유통회사를 회원사로 보유하고 있다. 그는 “한류를 통해 한국 배우와 가수가 쓰는 화장품, 먹는 음식, 입는 옷, 신는 신발을 접하면서 베트남의 젊은 소비자들이 조금 더 돈을 주더라도 한국 제품을 사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메이드인코리아’ 제품이 프리미엄 대접을 받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품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베트남 소비자들 사이에서 깨끗하고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제품에 대한 선호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한국 제품이 바로 이 같은 기준에 부합한다는 게 소비자들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K푸드의 경우 대부분 HACCEP·ISO 등 품질 인증을 거치고 일부 업체들은 생산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주면서 현지 유통업체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현재 양적·질적으로 급성장하는 베트남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딘띠미로안 회장은 “베트남은 전국적으로 구멍가게(맘앤팝스스토어)를 통해 유통되는 구조였으나 불과 얼마 전부터 대형 유통 채널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며 “이 같은 유통 채널의 변화는 한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에 큰 기회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 제품이 급변하는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했다. 우선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유통망이 현대화되면서 소비재 시장 자체가 급성장하는 것은 이미 좋은 이미지를 가진 한국 제품에 유리한 상황이라는 게 그의 평가다.
그러나 동남아 소비자들은 한국산 제품을 선택할 때 가격부담을 느낀다고 그는 전했다. 특히 최근 들어 일본 업체들이 의약품·기계·의류 업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태국 업체들은 저렴한 물류비 덕에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제품을 베트남 시장에 쏟아 내고 있다. 딘띠미로안 회장은 “베트남 시장은 각종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진입장벽이 아주 낮다”며 “특히 한국 제품보다 더 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가 늘고 있어 프리미엄을 누리던 한국 기업들은 큰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제품이 고가 정책에 걸맞게 더 좋은 품질과 한류를 통한 이미지 제고에 힘쓴다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