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순차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에서 세 채의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세 아파트 모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으로 중도금 대출을 받았다. 이유는 HUG의 대출보증은 별도의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1인당 보증 횟수가 2회로 제한돼 두 개 아파트만 중도금 보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보증한도도 무제한에서 일정 규모 이하로 줄어들면서 강남권 고분양가 단지의 경우 대출로 중도금 전액을 채우는 것이 쉽지 않아진다. 따라서 별도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도 예상된다.
이르면 하반기부터 HUG의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 횟수와 보증한도 규제가 시행되면 이처럼 현재처럼 HUG의 보증으로 아무런 제약 없이 중도금 대출을 받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사실 국토교통부 등 정부는 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조건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그간 신중한 입장이었다. 중도금 대출 보증을 받기 위해서는 HUG의 보증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칫 조건을 까다롭게 할 경우 청약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이런 우려 속에서도 정부가 HUG의 보증조건을 강화한 것은 우선 아파트 집단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부채의 위험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 6대 은행의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60조1,377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3조5,421억원 늘었다. 이 중 집단대출은 한 달간 1조816억원 급증해 지난 5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의 50.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집단대출이 급증한 요인으로 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을 꼽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HUG가 집단대출 보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이어서 △주택금융공사 30% △시공사 연대 10% 순이다.
아울러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가가 날로 치솟고 편법·불법 분양권 거래가 성행하면서 이를 억제할 필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투기세력들이 적은 돈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이면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는 HUG의 대출 보증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건설 업계는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특히 3.3㎡당 5,000만원이 넘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경우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액수가 제한되면서 중도금을 시공사 연대보증 혹은 개인대출로 해결해야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분양가를 3.3㎡당 평균 4,457만7,000원으로 정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 3단지)’의 경우 중도금의 60%인 8억2,800만원의 집단대출을 과거에는 HUG 보증으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금액제한으로 인해 다른 대출 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이 힘들어지면 수분양자들 중 계약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며 “살아나고 있는 분양시장의 불씨를 꺼뜨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