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카톡 감옥’에 갇혀 초과근무에 시달리는 직장인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로 인해 직장인들이 업무시간이 끝나고도 하루 1.44시간, 주당 11.3시간을 더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22일 주최한 ‘카카오톡이 무서운 노동자들’ 포럼에서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다. 직장인 상당수가 퇴근 후에도 ‘카톡 감옥’에 갇혀 초과근무에 시달리는 것이다. 2,402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평일 업무시간 외에 업무 목적으로 스마트기기를 이용한다는 응답자가 무려 86.1%에 달했다.


더 심각한 것은 휴일에 업무 목적으로 스마트기기를 이용하는 시간이 평일보다 더 많다는 점이다. 휴일에는 평균 1.60시간으로 평일의 1.44시간보다 길었다. 이러니 직장인들 사이에서 주말여행 가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여행을 떠나도 업무 처리로 여행을 망치기 십상이라는 푸념이 나오게 마련이다. ‘잊힐 권리’처럼 ‘스마트폰으로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존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이미 스마트기기에 의한 초과근무가 도를 넘어서며 곳곳에서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지난 총선 때 ‘퇴근 후 카톡 업무지시 금지법’이 공약으로 나왔을 정도다. 직장 내 비효율뿐 아니라 임금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퇴근 후 스마트기기로 업무지시를 하려면 월 임금의 22%를 더 받아야 한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온 상태다.

이런 이유로 유럽에서는 단체협약 등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인한 퇴근 후 노동을 규제하고 있다. 독일은 업무시간 외에 회사가 e메일·메신저 등으로 연락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한국은 노동시간이 세계 최장 수준이면서 노동생산성은 최하위에 속한다. ‘카톡 감옥’ 같은 비효율적인 일터문화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무엇보다 회사 차원의 절제가 우선돼야겠지만 스마트기기 확산에 맞춰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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