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고액연봉에 속지마라"...삼성 'IT인력 中유출' 단속 나서

<삼성 'SW경쟁력 저하' 반성이어 '인재 지키기' 총력>
"기술만 넘겨주고 이용만 당해
다시 돌아와도 일자리 못구해"
中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
핵심인력 빼가자 내부 추스르기



“당장 눈앞에 있는 좋은 조건에 속아 이직하지 마세요. 기술 유출 등에 이용만 당할 수 있습니다. 돈에 넘어가 (중국에) 갔다가 몇 년 안 가 다시 돌아와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1일 사내방송인 SBC를 통해 소프트웨어(SW) 부문의 경쟁력 부족에 대해 냉철하게 자기반성을 했던 삼성그룹이 이번에는 중국 기업들의 줄지은 인력 빼가기에 넘어가지 말라고 직원들을 다독이고 나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2일 SBC를 통해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진단 및 전망 등에 대한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계열사별로 진행된 이날 방송에서는 최근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중국 업체들이 국내 주요 경쟁 기업의 인재들을 최고 9배 높은 고액 연봉으로 유혹하고 있다는 내용이 소개됐다. 특히 성장세가 이어지는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오는 2018년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점, 고액 연봉으로 인해 국내 산업 기술을 유출하는 일을 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삼성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중국 정보기술(IT)업체들의 인력 빼가기 공세에 맞서 본격적으로 내부 단속에 나선 모습이다. 산업 경쟁력의 핵심인 인력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현황과 전망을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기에 나섰다. 전날 삼성그룹 전체에 방송된 SW 경쟁력 확보에 이어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연일 내부 단속에 나서는 모습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는 무서운 속도로 국내 기업들을 추격하고 있다. 중국은 2011년부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중심으로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에 나섰다. 2012년 8세대 LCD 패널 신규 라인을 대규모로 증설했고 정부의 적극적 지원에 힘입어 LCD 업계 세계 3위 ‘BOE’와 같은 기업이 등장했다. BOE는 베이징·충칭 등에 5세대부터 8세대까지 LCD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또 성도에는 6세대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 허페이에는 10.5세대 LCD 라인을 구축 중이다. BOE의 LCD 생산 능력은 업계 1위인 LG디스플레이 대비 2011년 5.6%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50% 수준으로 증가했다. 또 2018년에는 80% 수준까지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LCD 패널 시장을 잠식한 후 OLED 등 다음 세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인력을 고액 연봉을 제시해 기술 격차를 줄이는 발판으로 삼으려는 전략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LCD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추격 속도는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라며 “국내 업체들이 퀀텀닷이나 OLED 등의 기술에 계속해서 투자하는 것 역시 중국의 빠른 추격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에서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헤드헌터 업체들의 구인 광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온라인 이력서 사이트인 링크드인 등에 이력서를 올려두면 따로 e메일로 연락이 오기도 한다.

한 헤드헌터 업체 관계자는 “인력 구조조정 등 최근 흉흉한 분위기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문의를 하는 사람이 많다”며 “향후 중국 시장이 커질 경우 젊은 시절의 경험이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지원자들이 제법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방송에서 밝힌 대로 중국으로 갔다가 실패한 사람들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3~4년 전 중국 반도체업계로 이직했던 ‘이직 1세대’ 가운데 재계약에 실패, 3년 만에 일자리를 잃고 한국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기술만 중국 업체에 빼앗긴 채 돌아와서도 변변한 직장을 못 잡고 ‘기술 유랑아’ 신세로 전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돌아와 한국 업체에서 다시 일자리를 구하려 해도 돈 때문에 중국에 기술을 팔아먹었다는 딱지까지 붙어 쉽지 않다”고 현실을 전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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