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을 맡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그간 김해공항 확장에 제약이 됐던 소음과 안전성, 수용 가능성 문제를 시계 반대 방향 40도로 새 활주로를 만드는 것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나은 선택이라는 평가를 하면서도 소음 문제 등으로 이번 용역에서 예측된 것보다 피해보상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2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신활주로가 건설되면 김해공항은 개조 수준이 된다”면서도 “지금까지 해당하지 않던 김해시 지역으로 소음피해 보상 지역이 늘어나 추가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생겨날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의 한 공항전문가도 “신설 활주로의 소음 영향을 받는 지역이 현재 공개된 규모보다 상당히 많다는 예전 검토가 있었다”면서 “보상비나 소음대책 비용 등 주민 민원 해결을 고려해 예산을 크게 잡았는데 만만치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 전날 발표에서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책정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21일 장마리 슈발리에 ADPi 책임연구원은 “새로운 활주로를 사용하게 됨으로써 단지 소음피해 지역이 조금 늘어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1,000가구 미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김해공항의 소음대책 대상 지역은 부산 강서구(대저1·2동, 강동동, 식만동)와 김해시 어방동, 불암동의 700여가구로 16.47㎢의 면적을 차지한다. 실제 소음과 고도제한 피해에 대비한 김해시민대책위원회가 이날 발족했다.
국토교통부는 독립활주로 1본(3,200m)과 국제선 터미널(2,800만명)을 신축하는 등 김해공항 시설 확충에 3조5,7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금액에는 부지조성비·토지매수보상비·건설비 등이 포함된다. 매수가 어렵다면 앞으로 주택방음공사 등을 지원하는 소음대책 사업구역으로 지정한다. 일반적으로 보상비 등은 예비타당성 조사가 마무리되기 전에 윤곽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부 예상비용은 한두 달 뒤에 발표하는 최종 보고서에 담을 계획이고 정확한 수치는 설계까지 진행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소음피해 지역 규모가 확대된다면 확장 과정에서 소음과 주민 보상 문제로 피해보상액이 눈덩이처럼 늘어날 수 있고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성이 1.0 이하를 받으면 예산이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가뜩이나 재정 부담을 안고 있는 정부로서는 앞으로 적극성이 떨어질 수 있는 요인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대개 1년 가까이 걸리는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을 최대한 줄일 방침이다.
이와 함께 김해공항이 바람의 방향,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 때문에 안전성 문제가 계속 제기돼왔던 것에 대해 국토부는 독립활주로를 신설하면 산악장애물 쪽으로 비행하는 절차가 없어지게 돼 안전성 문제가 해소된다는 입장이다.
민군이 함께 쓰고 있는 김해공항에 대해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군 공항 이전을 논의할 시기는 아니고 관제 문제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