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왼쪽부터 함준호 위원, 조동철위원, 이일형위원, 이주열 한은 총재, 고승범 위원, 신인석 위원, 장병화 한은 부총재. /서울경제DB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거시건정성 정책의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화두를 정부에 던졌다. 한은의 전격적 금리 인하 뒤 시중 자금이 자산시장으로 몰리면서 가계부채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미묘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정부가 전권을 쥐고 있는 거시건전성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함준호 금통위원은 23일 서울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금융안정의 세부 정책 영역들을 명확히 정의하고, 유관기관 간 역할분담, 협력 및 견제장치,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방안 등 신중하고 면밀한 정책 지배구조가 정립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함 위원은 연세대학교 교수 시절이던 2013년 한 언론의 기고문을 통해 “금융안전 유관기관장들로 구성된 법률상 명시적인 거시건정성 정책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함 위원은 당시 “우리나라 거시건전성 정책 체계는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에 분산·혼재돼 있어 정책조정, 정보공유와 업무 협조, 위기 발생 시 사후관리도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의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와 유럽연합(EU)의 유럽시스템리스크위원회(ESRB) 등의 역할을 할 기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거시건전성 정책은 국내 금융시장의 경우 금융위가, 외환시장은 기획재정부가 사실상 전권을 쥐고 있다. 형식적으로 한은 부총재가 참여하는 거시경제금융회의가 정기적으로 열리지만, 지금까지 형식적인 자리라는 비판이 있어 왔다. 실제로 함 위원도 2013년 당시 이 차관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두고“비명시적 분기별 협의체라 그 역할과 기능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었다. 함 위원이 이 같은 과거 발언을 다시 끄집어 낸 것은 최근 저금리 기조하에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선 보다 합리적인 정책추진 체계가 필요하다는 공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함 위원은 아울러 향후 금통위가 정책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확충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다. 그는 또 “우리 경제 불시착을 막기 위해서 구조개혁의 추진과 이를 뒷받침할 통화, 재정 등 경기 안정화 정책, 그리고 가계부채 위험 등 부작용 방지를 위한 거시건전성 정책의 올바른 조합이 필수적”이라며 “우리 경제 현실에 적합한 개선책을 찾아갈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