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로의 음악문화 아지트로 떠오른 스트라디움 건물 전경/사진=김창영기자
서울 이태원로는 문화계의 명소다. 특히 6호선 녹사평역에서부터 한강진역에 이르는 약 4㎞구간에는 삼성미술관 ‘라움’을 비롯해 크고 작은 예술시설들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이 길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다크호스가 등장했다. 문을 연 지 약 8개월만에 수도권 음악애호가들의 아지트로 떠오른 문화시설 ‘스트라디움’이다.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을 나와 이태원역 방면으로 400m 정도 큰 길을 따라 내려가면 4층 높이의 이 현대적 건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스트라디움은 음향기기 제조사가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복합 음악 문화공간이다. 실황공연과 최첨단 오디오장비 체험, 음반제작, 문화강연 등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설비가 갖춰졌다. MP3플레이어로 유명한 전자업체 아이리버가 고품격의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로 이 시설을 지었다.
1,400만원대 ‘아스텔앤컨’ 음표 하나하나 또렷이 들려
고가 음향장비 체험부터 공연·녹음·카페까지 한자리
음악 애호가 아지트로 부상
‘스트라디움’ 1층에 마련된 사운드갤러리의 모습. 벽에 조형예술물처럼 걸린 헤드폰들은 최고 백만원대를 호가하는 고급 수제품들이다. /사진=김창영기자
기자가 방문했던 지난 22일은 평일이었음에도 내방객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건물 지하 1층의 청음실에선 음악애호가들이 느긋하게 자리를 잡고 고가의 음향장비들을 즐기고 있었다. 여기선 독서를 하며 음악도 들을 수 있어 태교에 관심이 많은 임산부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청음용 전시품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무려 1,400만원이나 하는 초고가의 디지털 오디오인 ‘아스텔앤컨 AK500N’이었다. 인터넷으로 음악을 내려 받아 감상할 수 있는 네트워크플레이어인 이 기기를 체험해보니 음표 하나 하나가 귀를 타고 머리 속에 박히듯 또렷하고 묵직한 음향이 일품이었다.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대에 이르는 다른 플레이어들을 감상한 어느 방문객은 “노래 한 곡만 들어도 드럼 소리, 기타, 보컬이 눈 앞에서 연주하는 것처럼 소리가 살아 있다”고 감탄을 연발했다. 1층에는 마치 조형예술 공간처럼 꾸며진 음향기기와 미술작품이 전시된 ‘사운드 갤러리’가 들어서 있다. 전시품 중 150만원이나 하는 수제 헤드폰 AK T5p를 고른 뒤 의자에 앉아 편하게 청음해 보았다. 헤드폰의 양가죽이 귀를 부드럽게 감싸자 높은 음역에서 청량하고 따뜻한 느낌의 사운드가 전신을 타고 흘렀다. 대학생 이보경(23) 씨는 “음원 플레이어 광인 친동생으로부터 고가 기기를 체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방문했다”며 “고음질 음원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어 앞으로도 자주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스트라디움’ 2층에 마련된 공연장에서 관객들이 실황연주를 감상하고 있다. /사진=김창영기자
2층과 3층에는 음악인들에게는 녹음이 가능한 스튜디오가 마련돼 있다. 영국의 유명 스튜디오인 애비로드를 설계한 샘 토요시마가 디자인한 곳으로 평소에는 일반 방문객들에게 개방해 감상회 및 공연 무대로 활용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세계적 성악가 폴 포츠가 공연을 펼쳤다. 맨 위층인 4층에는 카페 및 테라스가 마련돼 있다.스트라디움의 각 시설을 체험하고 나니 ‘음향으로 즐길 수 있는 최상급 호사를 누렸다’는 만족감이 몰려왔다. 시설 입장료는 1만원(음료수 1잔 포함)이지만 SK텔레콤의 ‘T멤버십’ 가입자라면 매년 6번씩은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시설 자체로는 거의 수익이 남지 않는 셈이다.
무수익에 가까운 이런 자산에 아이리버가 큰맘 먹고 투자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리버가 주력으로 삼던 MP3플레이어 시장이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지난 8년여 새 무너지자 고품격의 음향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이런 목표를 이루려면 먼저 좋은 품질의 음향을 구분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소비자들의 저변이 넓어져야 한다. 스트라디움은 그 저변을 넓히기 위한 교류 무대인 셈이다. 김경진 스트라디움 부관장은 “음악의 본질적인 가치를 전하는 것이 스트라디움의 역할”이라며 “오는 10월에는 개관 1주년을 맞아 음악과 결합한 복합문화공연을 열겠다 ”고 말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