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우생순, 리우서 해피엔딩"

올 44세…10·6세 두딸의 엄마
"애들이 안가면 안되냐 물어요"
딸 키운 경험이 대표팀에도 도움
전력보다 팀원간의 단합이 중요
네번의 올림픽 출전서 은2·동1
"이번엔 무조건 금메달 따야죠"

여자핸드볼 국가대표팀의 베테랑 골키퍼 오영란(오른쪽)이 23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여자핸드볼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훈련에 앞서 스물 네 살 차이의 대표팀 막내 유소정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주말에 집에 들렀다가 대표팀에 돌아올 때가 가장 힘들어요. 아이들이 안 가면 안 되냐고….”

여자핸드볼 대표팀 골키퍼 오영란(44)은 국가대표 이전에 두 아이의 엄마다. 첫 딸이 열 살이고 둘째 딸은 여섯 살이다. 23일 서울 송파구 SK핸드볼경기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오영란은 “나라가 불러줘서 나가는 거라고 딸들에게 잘 설명해주고 겨우 빠져나온다. 친구들 사이에서 (엄마가 국가대표라고 하면) 자랑도 좀 되는 모양”이라며 웃어 보였다.


오영란은 8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다섯 번째 올림픽이다. 1996년부터 올림픽 출전으로만 미국과 호주·아테네·중국을 돌았다. 2008 베이징 대회가 마지막 올림픽일 줄 알았는데 8년 만에 다시 부름을 받았다. 지금까지도 국내 리그에서 최정상의 기량을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오영란을 임영철 대표팀 감독은 지난 3월 호출했다.

현재 대표팀 막내는 스무 살 유소정이다. 맏언니 오영란과는 스물 네 살 차이라 ‘언니’라는 표현도 사실은 어색하다. 오영란은 그러나 ‘딸뻘 아니냐’는 장난 섞인 질문에 “집에서 두 딸을 친구처럼 대하다 보니 대표팀에서도 막내급 선수들이랑 많이 친한 편이다. 딸들을 키워온 경험이 대표팀 생활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얼마 전만 해도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고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내가 여길 왔나’ 하는 생각도 했다”는 그는 “감독님이 저한테 원하는 역할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들의 꿈은 모두 같을 테지만 오영란의 금메달 꿈은 조금 더 절실하다. 앞선 네 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뺀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땄다. 그는 ‘성적을 떠나 다섯 번째 올림픽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다른 것 없다. 무조건 금메달”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동안에 비해 리우올림픽 대표팀은 전력이 비교적 약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오영란은 “전력보다 중요한 게 단합이다. 좀 약해도 선수들끼리 잘 뭉쳐져 있으면 좋은 결과가 나오는 법인데 우리 팀은 바로 그 단합이 잘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오심을 딛고 값진 은메달을 따낸 대표팀의 스토리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오영란을 비롯한 대표팀은 그러나 아직 진짜 우생순은 오지 않았다는 자세다. 리우에서 최고의 순간을 맞겠다는 각오다. “목표는 어찌 됐든 금”이라고 말할 때 임 감독의 목소리는 쩌렁쩌렁 울렸다. 코치 등 지도자로 다섯 번째 올림픽을 맞는 그는 “최근 한 달간의 유럽 전지훈련 동안 유럽 팀과의 9차례 연습경기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파악했다. 이제 남은 것은 지옥훈련뿐”이라고 비장하게 말했다. 25일 한일전으로 최종 평가전을 치르는 대표팀은 아르헨티나·스웨덴·러시아·네덜란드·프랑스와 함께 올림픽 B조에 편성돼 있다. A·B조 상위 네 팀씩이 8강에 올라 토너먼트를 벌인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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