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오른쪽)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14년 8월 미국 조지아주 기아자동차 공장을 찾아 생산현장을 둘러본 뒤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기아자동차가 프리미엄 브랜드의 27년 통치(reign)를 끝냈다.”
미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시장조사기관 JD파워가 올해 신차품질평가를 발표하면서 홈페이지에 단 제목이다. 지난 1987년부터 시작된 평가에서 일반 브랜드가 1위를 차지한 것은 1989년 도요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 이후 27년 동안 브랜드별로 순위 등락이 있었지만 1위 자리는 늘 포르쉐·BMW·벤츠·렉서스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 차지였다. 일반 브랜드에 ‘넘사벽’으로 여겨졌던 초기품질평가 1위 자리를 기아차가 차지하면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줄기차게 추진해온 ‘품질경영’이 만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 첫 진출한 것은 1986년 소형차 ‘엑셀’을 수출하면서부터다. ‘차 한 대 값으로 두 대를 살 수 있다’는 파격적인 광고를 앞세워 진출 첫 해 17만대가량 판매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지만 1990년대 말까지도 리콜 요청이 쇄도하는 등 품질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그룹이 출범한 2000년만 해도 JD파워 조사에서 현대차는 34위, 기아차는 37위에 불과했다.
반전의 계기는 2000년 정 회장의 지시로 품질총괄본부가 발족하면서부터 마련됐다. 정 회장은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이 믿고 탈 수 있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이며 그 기본이 바로 품질”이라며 임직원들에게 품질력 향상을 독려했다.
2415A12JD파워2016신차품질조사(IQS)순위
품질총괄본부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품질 향상을 이뤄낸 결과 2004년 ‘쏘나타’가 JD파워 조사에서 중형차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성과가 속속 나타났다. 그해 현대차는 초기품질조사 7위에 올라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정 회장은 연간 800만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톱5 업체로 올라선 후에도 품질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올해 신년사를 통해 “최고의 품질과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신차를 고객에게 제공해 브랜드 가치를 획기적으로 제고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도 글로벌 5위의 자동차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이라는 굳건한 뿌리가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들어 기존 차량 개발 기준보다 한층 더 강화된 ‘품질 표준(Q-Standard)’을 운영하고 현장에서 협력사와 함께 직접 품질을 검증하는 기반시설인 ‘품질 클러스터(Q-Cluster)’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평가결과가 브랜드 이미지, 고객 충성도 제고로 이어져 판매 확대는 물론 올 하반기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독자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성공적인 안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JD파워의 초기품질평가는 자동차 구매고객이 후속 차량을 구매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높은 품질=높은 충성도’로 이어져 현대·기아차를 구입한 고객은 다시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올 들어 5월까지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판매량은 57만2,30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반기에 판매량을 늘릴 경우 지난해 달성하지 못한 140만대 판매에 재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품질에서 글로벌 톱으로 도약하면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미국 시장 안착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올 하반기 ‘G90(국내명 EQ900)’과 ‘G80’의 미국 판매를 시작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이번 JD파워 신차품질조사에서 2세대 제네시스(DH)는 중형 프리미엄 차급에서 우수 품질상을 수상했고 내년 조사에서부터 별도 평가를 받게 될 제네시스 브랜드 또한 높은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향후 우수한 품질평가를 획득하며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