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출신으로 미국의 3대 외교책사로 불리는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2일(현지시간) 클린턴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공화당인 제럴드 포드 행정부와 조지 H W 부시 행정부에서 4년씩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지낸 스코크로프트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안보보좌관과 함께 한때 전 세계 외교를 주물렀던 워싱턴 외교가의 거물이다.
그는 지지성명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미국이 세계의 필수적인 리더로 남아 국경을 넘어서는 리더십과 개입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한다”면서 “강력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 힘은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돼야 한다는 것도 그는 이해한다”고 밝혔다.
앞서 공화당 행정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에 이어 공화당 출신 외교·안보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는 것은 초당적으로 클린턴의 개입주의에 힘을 실으면서 트럼프의 고립주의와 동맹 때리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의 외교·안보 기조는 세계 경찰로서 분쟁과 테러에 개입하며 동북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제재 기조를 계승하는 등 국제주의를 표방하는 데 비해 트럼프는 국내 인기를 의식해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한국·일본 등에 미군 주둔비용을 대폭 늘리고 핵무장을 허용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고립주의로 흐르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클린턴을 외국 정부에 포위당해 미국의 이익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며 몰아붙였다. 그는 이날 뉴욕의 한 호텔에서 클린턴을 향해 “역대 대통령선거 출마자 중 가장 부패했으며 세계 최상급 거짓말쟁이”라며 “그와 남편 빌은 2001년 이래 로비스트들과 최고경영자, 외국 정부에서 연설해 1억5,300만달러(약 1,762억원)를 벌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그들은 그를 완전히 소유한다. 그가 대통령이 돼도 이는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클린턴도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선거유세를 하며 “트럼프는 빚만 늘리고 경제붕괴를 야기하는 무모한 아이디어들을 쏟아내고 있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선 상대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진보적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 부유층과 대기업 증세, 공정과세, 빚 없는 대학교육, 근로자 급여 인상 등 경제공약을 강조하며 부동산 재벌 트럼프와 차별화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7월 기준 인구 집계를 확보해 미국 전체 3,142개 카운티 중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조지아주 사바나, 텍사스주 오스틴 등 370개 카운티에서 백인 인구가 절반 미만으로 떨어져 5년 전보다 히스패닉과 흑인·아시아계 등 비(非)백인 인구가 더 많은 카운티가 31개 늘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대선에서 클린턴과 트럼프 간 접전이 예상되는 플로리다에서 히스패닉 등 비백인 인구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손철기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