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500억원 가까운 주식을 내다 팔며 3거래일 만에 매도세로 돌아섰다. 브렉시트의 충격에 빠진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도 1조57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해 5월21일(1조1,456억원 매도) 이후 13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외국인이 코스피의 하락장 대비에 나섰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브렉시트 현실화로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극에 달하면서 유럽계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 자금의 대거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영국계 자금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체 외국인 상장주식 보유액(433조9,600억원)의 8.4%에 달하는 36조4,770억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미국계 자금(172조8,200억원) 다음으로 큰 규모다. 브렉시트에 앞서 영국계 자금은 국내 증시에서 이탈 조짐을 보였다. 지난 3월과 4월 국내주식시장에서 각각 9,000억원 넘게 순매수했던 영국계 자금은 지난달 4,612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로 인한 영국계 자금 유출은 상당히 오랜 기간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결정이 내려진 24일 서울 증시는 외국인의 투매로 한때 패닉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는 장 막판 낙폭을 줄였음에도 전날보다 3.09% 하락한 1,925.24포인트로 마감했다. /이호재기자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면 영국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높은 아일랜드와 네덜란드 등 유럽계 자금의 추가 이탈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달 말 기준 아일랜드(15조5,740억원)와 네덜란드(14조2,850억원) 자금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보유한 주식은 30조원에 달한다. LG경제연구원은 “브렉시트는 영국계 자금의 직접 유출뿐 아니라 세계금융시장의 리스크 확대에 따른 글로벌 자금의 동반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시의 큰손인 외국인 자금의 이탈은 코스피지수의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다수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1,830~1,850선까지 추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다음주로 예정된 EU 정상회의 등을 통해 선진국의 정책적 대응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우려를 해소하기 전까지는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른 코스피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브렉시트는 과거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나 남유럽 재정위기 등 글로벌 경제환경이 악화됐던 때와 비슷한 쇼크인 만큼 1,850선까지 추락할 수 있다”며 “특히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국가들이 브렉시트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만큼 추가적인 충격도 뒤따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와 달리 브렉시트가 단기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브렉시트로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과거 리먼브러더스 사태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위기 때와는 다른 문제인 만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브렉시트를 계기로 글로벌 정책공조가 단단해진다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이번주 말을 기점으로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세계 각국의 대책이 쏟아질 경우 브렉시트 충격이 조기에 수습되면서 예상보다 추가 하락의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현상·서지혜기자 kim01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