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쇼크]외국인 매물 폭탄에 코스닥 사이드카...환율 30원 폭등 4년9개월 최대

국내 증시·환율 롤러코스터
'탈퇴' 기울자 30분만에 와르르
코스피 장중 1,900선 무너져
정부 구두개입, 막판 낙폭 줄여
환율 29원 오른 1,179원
"내주 1,200원대 상승" 전망도



국내 주식·외환시장도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코스피지수와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각각 4년 11개월, 4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Brexit) 국민투표의 개표와 나란히 진행된 국내 주식시장은 탈퇴 표의 증감에 맞춰 극단적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출발은 좋았다. 코스피지수는 개장과 동시에 2,001.55로 지난 13일 이후 12거래일 만에 처음 장중 2,000선을 넘었다. 브렉시트 투표 당일 투표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EU 잔류가 4%포인트 앞서면서 브렉시트 무산의 기대감이 커진 덕분이었다.

상승세는 ‘30분 천하’였다. 초기 개표지역인 선덜랜드에서 61.3%가 탈퇴를 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승 폭을 줄이더니 오전9시29분께 하락세로 돌아서 1,959.77까지 떨어졌다. 이후 오전 내내 국내 증시는 개표 흐름에 일희일비했다. 스코틀랜드와 런던·리버풀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EU 잔류에 많은 표가 나오며 잠시 앞서자 오전10시40분께 지수는 1,995.92까지 오르기도 했다.




점심시간 전후로 개표의 흐름이 급격히 EU 탈퇴로 기울자 증시도 급락했다. 영국 BBC방송의 “EU 탈퇴와 잔류의 득표율이 각각 52%, 48%로 예상된다”는 보도에 외국인의 폭탄 매물이 쏟아지면서 하락세는 걷잡을 수 없었다. 코스피는 장중 1,892.75까지 떨어지며 1,9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날 하락세로 출발했던 코스닥은 6% 이상 폭락하면서 사이드카마저 발동됐다. 사이드카가 발동되면 프로그램매매 호가의 효력이 5분간 정지된다. 한국거래소는 오후1시 비상시장점검회의를 열었다. 시장운영 비상대책반을 가동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으며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급락하던 증시는 오후 들어 낙폭을 줄였고 마감 직전에는 코스피지수가 1,920선을 넘겨 전일 대비 108.80포인트(3.09%) 내린 1,925.24에 마감했다.

외환시장도 속절없이 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29원70전 오른 1,179원90전에 거래를 끝마쳤다. 이는 남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졌던 2011년 9월24일(29원80전) 이후 4년 9개월여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이다. 원·달러 환율은 찬성이 우세하다는 소식에 1,160원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잔류 우세가 점쳐지면서 1,149원으로 내려앉았다. 이후 다시 반대표가 늘자 오후12시47분께 1,180원을 돌파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이 오후2시께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 전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만큼 스무딩 등 시장안정 조치를 시행하고 금융사 외화 유동성을 점검하겠다”고 경고하자 상승세는 잦아들었고 결국 1,180원 코앞에서 장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다음주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까지 올라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가장 큰 문제는 (브렉시트 영향에 대한) 실체를 잘 모르고 있어서 향후 방향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이라며 “다음주 외환시장이 개장하면 연초처럼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까지 올라설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국고채 금리는 24일 일제히 사상 최저치로 하락(채권가격 상승) 마감했다.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8.8bp(1bp=0.01%포인트) 내린 1.249%로 마감하며 기준금리(1.25%)를 또 밑돌았다. 1년물·5년물 금리는 각각 7.9bp, 10.4bp 내린 1.292%, 1.304%에 마감했고 10년물은 12.7bp나 하락한 1.500%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5%대에 들어섰다.

/박준호·김상훈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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