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김해공항 확장 결론은 일단락일 뿐 논란을 종식할 수 있는 영원한 매듭이 되지는 못한다. 영남권신공항은 한 차례 결론이 난 일을 재론한 만큼 정부 발표에도 앞으로 논란이 계속될 것이다. 예컨대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날 일이라면 무엇 하려고 신공항 부지를 새로 선정하겠다는 말을 했느냐고 반론을 펼칠 수 있다. 부지 선정 여부를 공포하지 않고 늘어나는 항공 수요를 위해 김해공항을 확장하겠다고 발표만 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김해공항 확장이 밀양과 가덕도 중 한 곳을 선택하는 것보다 손쉬운 결론이라고 하더라도 앞으로 공사가 과연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 염려가 된다. 김해공항이 충분한 부지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활주로를 늘리고 청사를 확장하려면 부지 확보를 위한 주민과의 마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밀양과 가덕도 중 하나를 선택하는 골치 아픈 일은 피했지만 앞으로 부지 확보를 위한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은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에서도 여실히 확인된 일이다.
대언은 반대자마저 귀를 기울이게 할 수 있지만 소언은 자기 외에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언이 나오면 조용한 분위기에서 서로의 말을 경청하게 되지만 소언이 나오면 다른 사람의 입을 막고 내 말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왁자지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장자는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방안으로 도추(道樞)를 제안했다. ‘추’는 지도리·돌쩌귀를 가리킨다. 여닫이문의 경우 문이 문틀에 결합해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러면서 문을 문틀에 합체하는 지도리를 필요로 한다.
장자는 왜 도를 지도리에 비유했을까. 이때 지도리는 원의 중심과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문의 지도리나 원의 중심은 모든 것과 등거리를 유지한다. 어느 한쪽에 가까우면 원은 어그러진 타원이 되고 문은 비거덕거리며 닫히지 않게 된다. 지도리와 중심이 모든 것과 같은 거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문이 제 기능을 하고 원이 그려질 수가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애초 “어디가 되면 좋다”거나 “내가 돼야 한다”는 예단을 가지지 않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도추와 같은 기준을 세워야 한다. 이 과정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만이 아니라 언론과 시민사회가 참여해 어떤 결정에도 승복하겠다는 다짐을 해야 한다. 그 바탕에서 공정한 심사가 이뤄지도록 감시와 견제를 하고 결론이 나오면 논란은 증폭이 아니라 종식되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논란이 사라질 수가 없다. 예단을 내리지 않는 대언의 도추를 돌아볼 때다.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