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이 유엔과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에게 빅데이터를 토대로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공동 협력할 것을 제안했다.

KT는 2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 메리어트 마르퀴스 호텔에서 열린 유엔 글로벌 콤팩트(UNGC) 리더스 서밋 2016에서 황창규 KT 회장이 유엔 관계자들과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한계가 없는 세상을 열자’를 주제로 연설했다고 밝혔다.

UNGC 리더스 서밋 2016 본회의에서 첫 연사로 무대에 오른 황 회장은 유엔의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통신사업자들이 새로운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UNGC는 2000년 설립된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 전문기구로, 160여개국의 기업과 단체 1만3,000여 곳이 참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황 회장은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등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빅데이터 노하우 공유를 골자로 한 글로벌 통신사 간 협력 방안을 제안했다.

KT가 유엔(UN)을 통해 그동안 확보한 고병원성 AI와 구제역 관련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오픈소스처럼 공개하고, 개발도상국의 확산 방지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황 회장은 간담회에서 “유엔이 나서 각국 정부와 통신사 간 협의를 어느 정도 진행하면 KT의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공유할 계획”이라며 “빅데이터는 회사의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에 운영 및 수정과 관련한 주요 내용은 제외하고 공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KT의 이번 제안은 2014년 한국에 조류인플루엔자가 유행할 때 쌓은 빅데이터 노하우가 시발점이 됐다.

당시 KT는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AI의 확산 경로가 가축 수송과 사료운반 차량의 이동 경로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딥 러닝(컴퓨터가 다량의 데이터를 이용해 특정 패턴을 찾아내는 정보처리기술)에 의한 확산 위험도 예측 모델을 만들어 지난해부터 감염병 차단에 활용했다. 예측 모델의 정확성은 91%로, 지난해 이후 AI와 구제역 확산 방지에 크게 기여했다고 KT는 설명했다.

KT는 이미 미래창조과학부, 질병관리본부 등과 함께 통신 빅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차단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기존 검역 시스템은 여행자가 국내로 들어올 때 최종 출발한 국가만 확인할 수 있는 데 비해 새로운 시스템은 여행자가 방문한 국가 모두를 파악할 수 있어 경유자를 통한 감염병 유입을 막을 수 있다.

KT는 빅데이터 알고리즘 공유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 회장은 “빅데이터는 이정표를 세울 수 있는 기술”이라며 “CSV(공유가치창출) 분야에 더 힘을 쏟아보면 사업적으로 충분히 기회가 온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대한민국이 IT 기술로 인류의 위협을 제거하고, KT가 세계에서 존경받는 기업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양한나기자 one_shee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