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오른쪽) 기획재정부 1차관과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브렉시트’ 대응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당장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재정절벽과 소비절벽을 막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재정보강책을 준비하고 있는 유일호 경제팀은 예상치 못한 복병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에 당장 하반기 몰아닥칠 실물경기의 하방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20조~30조원대의 ‘슈퍼 추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선 경제주체들의 심리위축이 불가피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이 커질 것”이라며 “이는 우리 기업·가계의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2~3년 동안 예고된 이벤트였다. 하지만 브렉시트는 단번에 현실화해 경제주체들이 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경제주체의 심리위축은 전체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친다. 경제심리지수(ESI)는 지난해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 이후 급락했고 당시 성장률에 그대로 반영됐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연구부장은 “앞으로 2년 동안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절차에 대한 협상이 진행된다”며 “이 과정에 따라 우리 경제가 받을 영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협상이 매끄럽게 진행되면 영국과의 낮은 교역 규모 등으로 큰 영향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불확실성이 증폭돼 우리 실물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9월 김영란법 시행, 하반기부터 본격화하는 구조조정 등으로 내수 여건이 녹록지 않은 점도 문제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연간 11조6,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구조조정으로 경남 지역의 실업률이 급등하고 청년 실업률이 고공 행진하는 등 전반적인 여건도 좋지 않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하방 위험이 큰 우리 경제 내 충격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렉시트가 올해 경제성장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에 따르면 정부는 24일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당정 간담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8%로 0.3%포인트 낮출 것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키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올해 성장률은 2%대 초반에 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종=이태규·구경우·임세원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