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월드점 27년만에 '눈물의 안녕']유커 "최고 면세점이었는데...섭섭해요"

26일 영업종료·30일 폐점
中관광객들 여전히 '문전성시'
이번달에만 하루 매출 20억
폐점땐 월드몰 상권까지 휘청
롯데 수사에 재개장 불투명
직원들 "앞날 캄캄" 한숨

서울 잠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입구에 놓인 영업 종료 내용의 중국어·일본어 표지판. /윤경환기자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영업 종료를 불과 사흘 앞둔 상황인데도 평소와 다름없이 중국인 관광객(유커)들로 붐볐다. 특히 화장품 매장이 위치한 8층에는 유커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롯데면세점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 현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오는 26일 영업종료 사실을 충분히 고지한 데다 매장에도 같은 내용의 표지판을 세워뒀지만 유커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홍콩에서 온 카르멘청(37)씨는 “매장이 시원하고 예뻐서 좋다”며 “어제 동대문에 있는 면세점에 갔었는데 이곳이 훨씬 좋은데도 없어진다니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월드타워점이 26일 영업을 종료하고 30일 폐점한다. 지난 1989년 1월 롯데월드에 잠실점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고 2014년 10월 롯데월드에서 롯데월드타워로 확장·이전한 이래 약 1년9개월 만이다. 지난해 매출은 6,112억원으로 롯데 소공점, 장충동 신라면세점에 이어 서울 시내 면세점 중 3위이고 면적 기준으로는 국내 2위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직전까지만 해도 30억원대 하루 매출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11월 특허권을 잃으면서 27년 만에 ‘눈물의 안녕’을 고하게 됐다. 월드타워점의 이달 매출 20억원은 올해부터 본격 영업을 시작한 두산면세점·SM면세점 등 신규 면세점 5곳의 월 평균 매출 총합인 25억원에 육박한다. 외국인 단체 관광객만 하루 평균 4,000~5,000여명에 달한다.


26일 문을 닫는 잠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23일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쇼핑하고 있다. /윤경환기자
특히 월드타워점은 롯데월드몰 전체 매출의 절반을 담당할 정도로 이곳의 핵심 점포다. 여기에다 식당·마트 등 이곳을 방문하는 중국인의 의존도가 높은 다른 점포들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롯데월드몰이 월드타워점에 기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월드타워점이 문 닫는 순간 롯데월드몰 상권 자체가 휘청거릴 가능성이 매우 높은 셈이다.

중국 윈난에서 온 징러(35)씨는 “점포가 없어진다는 사실을 매장 안내문을 보고 알았다”며 “브랜드도 다 있고 이제껏 가본 면세점 중 제일 고급스러운데 없어진다니 섭섭하다”고 아쉬워했다. 월드타워점 매장들을 관리하는 신선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책임은 “이달 문을 닫기로 결정됐는데도 방문 고객 수는 마지막까지 별다른 변화가 없다”며 “중국인 고객 중에는 ‘건물도 새것인데 왜 없어지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달 문을 닫게 됐지만 사실 한 달 전만 해도 월드타워점 직원들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재개장 가능성을 믿어 의심치 않는 분위기였다. 지난달 정부가 대기업에 서울 시내 면세점 3곳을 추가로 허가해주겠다고 할 때만 해도 업계에서는 ‘롯데 봐주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월드타워점을 0순위 후보로 봤기 때문이다.

26일 문을 닫는 잠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23일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쇼핑하고 있다. /윤경환기자
그러나 이달 초부터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가 시작되면서 미래가 불투명해지자 직원들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이날도 취재진의 사진 촬영을 극구 막는 등 브랜드 매장 곳곳에서 직원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곳에서 일하는 판촉 직원 1,000명 가운데 90%는 이미 롯데나 다른 면세점으로 옮긴 상태로 현재 매장에는 단기 계약직이 대부분이다. 롯데면세점 정직원 150명은 추가 면세점의 윤곽이 드러날 올해 말까지 타부서 전보·유급휴직으로 3개월씩 순환근무하기로 했다. 27일부터 갈 곳과 할 일이 없어진 한 화장품 매장 계약직 직원은 “(내 진로가) 결정된 것이 없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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