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자본 플레이어가 활동할 주 무대로 꼽히는 것이 사모부채펀드(PDF)다. 금융당국은 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회사채를 직접 매입하는 사모펀드인 PDF가 활성화되면 안전자산 중심으로 움직이는 회사채 시장에서 비우량 신용등급 기업이 더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1·4분기(1~3월) 기준 일반 회사채 발행액은 9조3,7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5% 감소하는 등 침체기를 이어가고 있다. 우량 회사채에만 돈이 몰리는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신용등급 ‘A’ 이하 회사채 발행 비중은 평균 19.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정부나 국책은행이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을 통해 기업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은 가격을 왜곡시켰다는 지적을 받은 만큼 앞으로는 최소화하는 편이 좋다”면서 “다양한 형태의 자본이 회사채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깔아주는 게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KDB산업은행이 신용등급 ‘A’ 이하 회사채를 직접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최근 조선·해운 구조조정 이슈로 국책은행의 건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데다 회사채 시장도 크게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 최종적으로는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PDF의 도입은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에도 더 많은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PEF로 널리 알려진 미국 론스타·아폴로글로벌·오크트리캐피털 등은 전 세계적으로 200억~300억달러 규모의 PDF도 운용하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의 대출·회사채 시장 진입이 제한된 규제가 풀리면 MBK파트너스·IMM 프라이빗에쿼티(PE) 등 국내 대표 PEF가 PDF 조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경찰공제회·행정공제회·공무원연금 등 주요 국내 기관투자가는 기업 지분 투자보다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PDF에 자금을 출자하고 있다. 주로 PDF 조성이 자유로운 미국·유럽계 운용사가 자금을 받았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내 사모펀드 시장에서는 PDF의 투자 대상과 관련한 규제가 많아 비우량 기업에 대한 대출이나 채권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주요 기관투자가가 외국 운용사에 돈을 맡기는 실정”이라고 짚었다.
금융위의 대책에는 기업이 특허권을 비롯해 지식재산권과 임차권·상표가치·영업권 등 무형재산도 담보로 잡아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도 담길 예정이다. 담보부회사채의 담보인정 범위를 넓혀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자금조달 문턱을 낮춰주는 셈이다. 현행법은 담보 대상을 동산과 부동산·채권·주식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펀드 자체에 신용등급을 매기는 방식으로 우량·비우량 회사채를 자유롭게 담도록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현재 상당수 자산운용사는 자체 규정을 통해 회사채 펀드가 비우량에 해당하는 ‘BBB-’이하를 편입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관행을 바꾸기 위해 여러 등급의 회사채를 한 펀드에 담고 펀드에 대표로 신용등급을 매기는 것을 유도하겠다는 복안을 세웠다.
/조민규·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