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 대규모 적자와 선주사들의 인도 거부로 곤욕을 치렀던 국내 조선업체들이 이번에는 컨테이너선 등 일반 상선의 발주 계획까지 철회되면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5일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는 대우조선에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더 발주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머스크는 지난 6월 대우조선에 1만9,630TEU(1TEU는 6m 컨테이너) 컨테이너선 11척을 18억달러에 주문했다. 당시 머스크는 컨테이너선이 더 필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계약한 11척 외에 같은 사양의 배 6척을 추가로 주문할 수 있는 옵션계약을 맺었다. 이번에 머스크가 발주 계획을 철회한 것은 이 6척에 대한 것으로 아직 실제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대우조선의 수주실적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머스크는 현대중공업과 옵션 계약을 한 1만4,000TEU급 8척의 실 계약 진행 여부에 대한 판단도 미루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옵션 취소 통보를 받은 적은 없으며 판단을 유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발주계획 철회는 실제 계약을 해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선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옵션 계약이 현실화하는 경우가 많고 조선사들도 수주 가능성을 높게 본다.
국내 조선사들은 해양플랜트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최근에는 선주들이 아예 시추선의 인도 지연을 이유로 계약을 파기하거나 잔금 부족으로 인수를 포기하는 상황에 컨테이너선 옵션 철회까지 이어지자 당황하는 모양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올해 3·4분기 잠정 영업손실을 6,784억원으로 발표했지만 지난달 27일 노르웨이 프레드 올센 에너지가 반잠수식 시추선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30일 적자 규모를 8,976억원으로 올려잡았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3·4분기 영업이익 846억원으로 국내 조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됐지만 선주사가 일방적으로 드릴십 건조계약을 물리면서 지난 4일 정정 공시를 통해 영업적자 1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은 지난 8월 미주지역 선주사가 재정난으로 7,034억원 규모 드릴십의 잔금 납부를 미루자 계약 취소를 통보하고 3·4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