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새 두배 된 집값…주요국 비교하면 중간 수준

[집값 상승률 국제비교]
2000~215년 우리나라 주택가격 상승률 93%
스웨덴·호주·뉴질랜드 등 비하면 절반 수준
2008년 집값 폭락 미국·유럽 등 집값 상승률 낮아



지난 15년간 집 값에는 항상 ‘미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었다. 참여정부가 종합부동산세라는 특단을 대책을 내놨던 2000년대 중반에는 “자고 나면 집값이 몇천만 원씩 뛰었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집값은 ‘헬조선’이라는 최근 자조적인 사회인식을 낳은 가장 주된 동인이기도 하다.

얼마나 올랐을까. 한국은행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2000년 대비 2015년 우리나라 집값은 93%가 상승했다. 쉽게 말해 2억원 짜리 집이 3억8,6000만원이 됐다는 소리다. 이렇다 보니 다들 쌈짓돈만 생기면 아파트 분양권에 투자하기 바빴고, 돈이 모자라면 은행에 꿔서라도 집을 사 쟁였다. 집값 상승을 억누르기 위해 정부가 세금으로 제동을 걸라치면 지지율이 급감한 탓에 누구도 제대로 손을 대지 못했다. ‘세금폭탄’이라는 용어가 여기서 나왔고, 최근의 전세대란도 원인을 잡고 올라가자면 여기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빚과 전세를 끼고서라도 집을 사는 ‘재테크’가 횡행했던 시절에 전세시장에 공급 물량이 쏟아졌고, 저금리에 다시 물량이 줄어들자 시장에 남아 있던 이들이 그만큼 전셋집을 구하기 힘들어 졌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숨을 고르는가 싶던 집값은 최근 들어 다시 오름 폭을 키우고 있다. 2012년 1.4%였던 뒷걸음질 했던 주택가격은 이듬해 0.3% 상승세로 돌아섰고, 2014년 1.7%가 오르더니 지난해에는 3.6%로 오름폭이 대폭 커졌다. 집값에 ‘미친’이라는 수식어가 슬금슬금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최근이다.

우리나라 사정만 뚝 잘라놓고 보면 집값이 과도하게 올랐다는 진단이 틀린 것은 아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0.2%였던 것을 감안하면 말이다. 다른 물건값이 오르는 것보다 두 배 빠르게 상승한 셈이기 때문. 하지만 다른 나라까지 눈을 넓혀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자료:한국은행



우리나라가 집값이 93% 오른 기간 동안 우리보다 집값 상승률이 배에 가까운 국가도 많다. 주요국가 중에는 살기가 가장 좋다는 북유럽 3국 중 스웨덴이 218%로 주택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호주가 217%로 그 뒤를 이었고, △뉴질랜드 197% △캐나다 184% △영국 170% △노르웨이 170% △프랑스 119% △벨기에 113% 등이 우리나라보다 주택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물론 이들 국가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월등히 많은 나라들이다.

우리나라보다 집값 상승률이 훨씬 낮은 국가도 많다. 독일(31%)이나 네덜란드(41%), 이탈리아(42%), 아일랜드(43%) 등의 집값 상승률은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아일랜드나 미국, 스페인, 덴마크 등의 국가는 2008년 금융위기를 이후로 집값이 폭락한 국가에 속한다.

<주요국 주택가격 추이>


상승곡선으로 그려보면 우리나라 집값은 다른 나라에 비해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다시 말해 2000년대 이후 들어서는 집값의 급등과 급락이 상대적으로 볼 땐 없었던 셈이다.

이렇게 국제비교를 해볼 경우 우리가 ‘미친’으로 수식하곤 했던 집값에 대한 객관적인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주택 시가총액을 국내총생산(GDP로 나눈 배율을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평균 수준이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주택 시가총액 대비 GDP 배율은 2.3배였다. 미국(1.4배)과 일본(1.8배), 캐나다(2.0배)가 우리나라보다 낮았지만, 이탈리아(3.7배), 호주(3.5배), 프랑스(3.1배) 등 유로(2.7배) 지역이 우리나라보다 배율이 높았다.



다만 시가총액 대비 GDP 배율이 낮은 것은 우리나라의 인구당 주택 수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많이 낮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은 관계자는 “인구 1,000인당 주택 수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다른 나라 선진국에 비해 주택 수가 많이 모자라는 형편”이라며 “그렇다 보니 시가총액을 GDP로 나눈 배율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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