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증여세 폭탄 우려에도 우선주보다 보통주를 집중 출자했다는 것은 사실상 경영권 승계나 우호지분 확보 목적으로 공익법인을 활용하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대개 보통주는 의사결정권이 있고 우선주는 의사결정권이 없는 대신 배당이 앞서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26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공개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비영리법인 계열사 주식소유 현황(2015년 4월 기준)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비영리법인 65곳 중 계열사의 우선주를 단 한 주라도 출자받은 법인은 8곳에 불과했다.
계열사의 우선주를 보유한 비영리법인은 성환복지기금·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아모레퍼시픽재단(이상 아모레퍼시픽), 학교법인 대림학원(대림), 연강재단(두산), 롯데장학재단(롯데), 하이트문화재단(하이트진로), 정석인하학원(한진)이다.
이중 아모레퍼시픽 소속 비영리법인은 3곳 모두 보통주와 함께 우선주를 출자받아 눈길을 끌었다.
하이트문화재단도 하이트진로와 하이트진로홀딩스로부터 우선주를 출자받았으며 이중 하이트진로로부터는 보통주 없이 우선주만 출자받았다.
삼성문화재단, 현대차정몽구재단, CJ문화재단 등 나머지 57개 비영리법인은 모두 계열사로부터 보통주만을 출자받았고 우선주는 단 한주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주는 배당을 하거나 기업 해산 등의 사유로 잔여 재산을 배분할 때 다른 주식보다 우선적 지위를 갖는 주식으로 대개 의결권이 없다.
반면 보통주는 주식의 소유 비율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으로 배당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우선주에 불리한 것이 일반적이다.
수익활동에 제한을 받는 공익법인은 현금 조달을 기대하기 어려운 보통주보다는 배당 순위가 앞서는 우선주를 출자받는 것이 더 유리하다.
게다가 공익법인에 출자되는 우선주는 보통주와 달리 증여세 부담도 없다.
공익법인에 출자되는 의결권 없는 보통주는 발행주식 총수의 5%까지만 상속·증여세가 면제되지만 우선주는 제한 없이 비과세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다수 대기업이 우선주보다 보통주 출자에 집중하는 것은 대기업이 공익법인 운영보다는 경영권 승계 등 우호지분 확보에 더 관심을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공익법인 운영에는 보통주보다 우선주, 우선주보다는 현물 출자가 더 도움이 된다”며 “보통주만 출자했다는 것은 경영권 승계나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오너 일가가 공익법인에 주식을 넘겨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이면서 공익법인을 통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제기돼왔다.
공익법인에 출자할 수 있는 보통주 한도를 더 낮추거나 공익법인이 보유한 보통주의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 같은 배경에서다.
반면 주식보유 제한이 오너의 기부를 막아 공익재단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공익법인의 상속·증여세 비과세 기준 변경, 통일된 회계기준 설정 등을 검토해 세법 개정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보통주 출자만 집중됐다면 공익법인 활동 지원보다는 지분 관리를 더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우선주를 출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