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브리튼은 2000년대 가장 성공적인 BBC 코미디 시리즈의 타이틀로 다시 영국인 곁에 돌아온다. 세상일에 무관심하고 자기 동네밖에 모르며 변덕이 심하고 지적 수준이 낮은 두 명의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를 통해 현재 영국의 모습과 사회 문제를 자학적일 만치 통렬하게 되비춘다. 영광스러운 어제와 쪼그라든 오늘의 충돌을 담아 말이다.
그 중의성에는 브리튼은 아무리 작아도 크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와 웨일스를 모두 포함해 브리튼 섬 전체를 아우른다는 통일 국가의 자부심, 대륙과 다른 독자노선을 걸으면서도 가장 먼저 산업자본주의와 의회민주주의를 꽃피웠다는 자부심, 20세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 모두 참전해 수많은 희생자를 내면서도 유럽의 자유를 지켜냈다는 자부심이 있다. 독일처럼 전쟁에 책임이 있거나 프랑스처럼 점령당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유럽의회 내 의석 수는 독일과 프랑스 다음이다. 유럽연합(EU) 주도권을 놓치고 영국의 의견이 EU 지도부에 의해 번번이 묵살당하는 쪼그라든 현실 앞에서 영국인의 자존심은 계속해 상처를 입었다. 영국의 EU 탈퇴 배경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드는 역내 무역 적자 심화와 동유럽 노동자 유입 등의 경제적 이유들은 이렇게 상처받은 감정에 비하면 어쩌면 작은 부분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찬성과 탈퇴가 여론조사에서 50대50으로 팽팽히 맞서는 동안에도 세계는 국민투표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 경제적 근거들만 따져보면 그럴 리 없기 때문이다. 결과를 예상하지 못한 만큼 국제금융시장에 미친 충격도 크고 그 여파도 이후 협상 과정의 부침과 함께 장기간 지속될 것이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있다. 클 수도 작을 수도 있지만 진짜 문제는 영향의 크기를 지금 가늠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데 있다. 불확실성은 곳곳에 있다. 영국과 EU 사이의 협상이 얼마나 장기화할지 알 수 없고 협상 결과의 윤곽을 그리기도 쉽지 않다. 그 사이 영국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로 쪼개지며 350년 만에 리틀 잉글랜드로 회귀할 수도 있다. 우리는 이처럼 정확한 경계도 없는 나라와 새로운 교역 협약을 체결해야만 한다. 또 영국을 교두보로 유럽 시장에 진출해 있는 우리나라의 100여개 기업은 영국에 위치한 유럽 본사와 지사를 어느 수준에서 재배치해야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하고 어느 시점에 어디로 옮길지도 찾아야 한다.
그 사이 세계 3대 통화는 또 얼마나 기형적인 움직임을 보일지도 알 수 없다. 파운드화는 얼마나 더 내려가고 달러화는 얼마나 더 오르며 유로화는 또 얼마나 등락을 일삼을 것인가. 지금까지의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나라 간 환율 변동성이 두 배로 커지면 교역량은 4~13%까지 감소한다. 교역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80%에 이르는 한국 경제에 세계 3대 통화 간 부침이 만들어내는 불확실성은 그래서 아주 해롭다.
소외 받고 가난한 자국 국민에게 당신의 소외와 가난이 외국과 자유롭게 거래하기 때문이라고 외치는 극우 민족주의와 고립주의 세력이 유럽 곳곳에서, 그리고 미국에서 세력을 얻어가고 있다. 브렉시트를 계기로 느슨하게 풀 것은 풀고 더욱 합칠 것은 합치는 변화를 통해 EU 본래의 정신이 상처받지 않기를 소망한다. 김성훈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