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나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완전히 합리적이라는 가정에서 벗어나 경제 주체들의 비합리적인 행동을 설명해주는 학문이다. 예를 들어 주식 투자를 할 때 이익이 나는 종목은 얼른 팔아버리고, 손실이 나는 종목은 계속 붙들고 있다가 더 큰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것이 손실회피성향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행동경제학을 통해 이처럼 사람들의 행동 뒤에 숨은 심리를 이해함으로써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피할 수 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현재지향 편향(Present Bias)’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인간은 미래의 효용과 비용에 대해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며, 특히 현재에 지나치게 큰 비중을 둔다는 것이 이 심리적 편향의 핵심이다. 미래에 내가 누릴 것들보다 지금 당장 소비하는 일이 더 즐거워 저축을 안 하는 것도 바로 이 편향 때문이다. 하지만 100세 시대를 앞두고 예전보다 길어진 노후에 대비하고 싶다면 현재지향 바이어스부터 극복해야 한다.
연초에 해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들어가면 예쁜 유리병 사진과 함께 ‘52주 저축하기 운동(52-week money challenge)’이라는 문구가 올라와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1년 단위로 매주 저축하는 ‘52주 동안 저축하기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포스팅한 글이다. 유리병에는 첫째 주부터 52번째 주까지 매주마다 저축해야 할 액수가 적혀있다. 이렇게 매주 1,000원씩 금액을 늘려 저축하다가 한 해의 마지막 주인 52번째 주에 5만2,000원을 저축하게 되면 1년 동안 총 137만8,000원을 모으게 된다.
‘52주 동안 저축하기 운동’의 핵심은 저축액을 조금씩 늘려간다는 데 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사람들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소비를 희생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1년에 140만원 정도를 더 저축하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이다. 이번 주에 5만2,000원을 저축하고, 다음 주에는 5만 1,000원을 저축하라고 하면 몇 주 안 돼서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주에 1,000원을 저축하고 다음 주에는 2,000원을 저축하라고 하면 현재 포기해야 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에 부담 없이 이 운동에 참여할 수 있다.
자기통제를 통해 현재지향 편향을 극복하기 어렵다면 52주 저축하기처럼 약간의 트릭을 사용해보는 건 어떨까. 미래를 위해 현재의 소비를 희생할 수 있는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자기 자신을 유도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