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리튬 전쟁

볼리비아 남서쪽 해발 3,653m에 자리 잡은 우유니 사막. 면적이 1만2,000㎢ 규모로 세계 최대의 소금사막이자 ‘신의 선물’로 불릴 만큼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관광지이다. 이곳 바닥에는 세계 리튬(lithium) 매장량의 절반에 달하는 500만톤 정도가 염화리튬 상태로 녹아 있다. 우유니 사막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칠레·아르헨티나 등 남미 3국은 세계 리튬 매장량의 80%를 보유해 ‘리튬 트라이앵글’로 불리기도 한다.


리튬은 원자번호 3번 원소로 지구상에서 가장 가벼운 금속이다. 우주 생성의 대폭발 때 수소·헬륨과 더불어 처음으로 생성된 원소이기도 하다. 1817년 스웨덴 과학자 요한 아르프베드손이 엽장석이라는 광물에서 처음 발견하면서 암석을 뜻하는 그리스어 ‘리토스(lithos)’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리튬과 알루미늄을 결합하면 매우 가볍고 강해지기 때문에 비행기와 선박 건조에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조울증 치료제 등 쓰임새도 다양한 편이다.

리튬이 각광받게 된 것은 20세기 후반 들어 각종 전자제품의 배터리 소재로 사용되면서부터다. 스마트폰이나 보조 배터리 등 수많은 전자기기에 대부분 리튬이온 전지가 들어간다. 최근에는 전기차의 2차전지 원료로 쓰이면서 폭발적인 수요가 일고 있다. 스마트폰에 5~7g의 리튬이 들어가는 데 반해 전기차에는 40~80㎏이 소요되니 공급이 달릴 수밖에 없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리튬 가격이 급등하자 ‘새로운 석유’라고 치켜세웠을 정도다.

리튬이 턱없이 부족해지면서 각국마다 사활을 건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테슬라는 2017년 전기차 양산을 앞두고 리튬을 싹쓸이할 태세이며 중국 국영기업 시틱(CITIC)도 칠레 최대의 리튬 생산기업인 SQM의 지분까지 사들였다. 우리는 최대 리튬이온 전지 수출국이지만 정작 리튬은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연구진이 바닷물에서도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니 기대를 걸어본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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