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글로벌산업전쟁 새그림 서둘러라] '표준'을 잡아야 이긴다

TV 등 전통 제조업서 IoT까지...기술표준 선점경쟁 갈수록 치열

시장을 선점하는 수단으로 기술표준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TV와 같은 전통 제조업뿐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시장 등 미래 사업 전반에서 기술표준 확보를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술표준을 선점하게 되면 게임의 규칙을 설정하듯이 자신에게 익숙하고 유리한 방식을 표준으로 수용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경쟁사보다 시장에 먼저 진출해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만큼 기술표준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표준화 경쟁은 시장 규모가 클수록, 표준에 의한 기술 지배력이 높아질수록 더욱 치열하게 나타난다.

TV 분야에서는 최근 HDR(High Dynamic Range)의 규격 경쟁을 두고 HDR10과 돌비비전의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 샤프, 소니 등 대부분의 TV 제조사들은 HDR10에 참여하고 있다. 돌비비전은 LG전자와 미국 비지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오픈 플랫폼을 지향하는 HDR10에 참여한 TV 제조사가 돌비비전 참여 기업보다 2배가량 많지만 돌비비전은 돌비라는 회사의 마케팅에 힘입어 빠르게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IoT 이슈가 크게 부각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해당 분야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표준화 노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2020년 IoT 관련 시장 규모는 약 1조7,000억달러(약 2016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또 IoT 관련 연결 디바이스의 수도 지난해 50억개에서 2020년 250억개까지 늘어나면서 각 산업 생태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IoT 분야에서는 아직 시장을 압도하는 표준기술이 없는 만큼 기업들이 힘을 합쳐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기술 방식이 다른 제품끼리는 데이터를 주고받기 어렵기 때문에 한두 개의 기술이 사실상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MS, 시스코, 제너럴일렉트릭(GE), 인텔, 퀄컴 등이 IoT 통신 표준을 만들기 위해 ‘오픈 커넥티비티 파운데이션(OCF)’을 만들어 힘을 합친 가운데 애플과 구글 등이 업계 표준 자리를 놓고 경합 중이다. 퀄컴이 주도하고 LG전자·샤프 등이 참여한 올신얼라이언스(All Seen alliance)도 있지만 퀄컴이 OCF에 합류하면서 앞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형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표준연구센터장은 “IoT 분야에서 OCF와 같은 오픈소스 기반 산업체 중심 연합체는 제3의 표준화 단체로 인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IoT 기술 특성상 한 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홈 표준기술이 결국 스마트카 표준기술, 스마트시티의 표준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현재 한국이 미래 기술표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꼽히는 분야로는 5G 이동통신,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IoT가 있다”며 “앞선 ICT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술표준은 국가 차원에서는 기술과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단이 되고 기업은 생존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의 표준화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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