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후]국가 신용등급 강등...대형M&A 불투명...영국 경제 혹독한 후폭풍

[브렉시트 이후]국가 신용등급 강등...대형M&A 불투명...영국 경제 혹독한 후폭풍

“재정·외국인투자 여건 악화”

S&P 두단계, 피치 한단계 낮춰 AA

AB인베브·獨 증권거래소 등

英업체 인수 불발 가능성

日 CEO 25% “英사업 재검토”

금융기관 ‘脫 런던’ 움직임도


“영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27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꺼번에 두 단계나 낮춘 데 대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분석이다.

영국 국민들의 선택에 대한 대가는 예상보다 빨리, 그리고 혹독하게 찾아왔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이 국가신용등급을 일제히 낮춘 데 이어 예고됐던 글로벌 기업들의 영국 회사 대규모 인수합병(M&A)까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27일 FT에 따르면 S&P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두 단계 낮춘다고 발표했다. S&P는 보고서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로 영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며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영국 정부의 외부 자금조달 여건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한 S&P는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 유럽연합(EU) 잔류 지지율이 우세했던 것을 언급하며 영국연방이 분열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S&P는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해 추가 하락 가능성도 열어뒀다. FT는 “S&P가 한 번에 신용등급을 두 단계 낮추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도 신용등급을 떨어뜨리며 영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이날 피치는 보고서를 통해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한다고 발표했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은 영국 경제와 국가재정, 외국인투자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신용등급 강등 이유를 밝혔다. S&P·피치와 함께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 꼽히는 무디스도 지난 24일 영국의 국가신용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해 곧 등급 강등을 할 것을 예고한 상태다.

해외 기업들의 영국 회사 인수도 불투명해졌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맥주 시장 점유율 30%가 넘는 공룡기업 탄생으로 관심을 모았던 글로벌 1위 맥주 업체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의 영국 맥주 회사 사브밀러 인수가 브렉시트로 불발될 위기에 처했다. 파운드화를 기준으로 AB인베브의 사브밀러 인수가 체결된 상황에서 파운드 가치가 급락하자 사브밀러 주주들이 재협상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독일 증권거래소 도이체뵈르제의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 인수도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두 회사는 사전합의에서 새로 탄생할 거래소의 본부를 런던에 두기로 했는데 브렉시트 이후 금융기관들의 이탈 가속화로 런던이 금융수도 기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인수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WSJ와 인터뷰한 미국 법률회사 카힐고든&레인들의 바트 프리드먼 컨설턴트는 “브렉시트 여파가 잠잠해질 때까지 유럽에서 M&A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영국 기업의 경우 올해 M&A가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기업들의 영국 투자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28일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123명을 상대로 긴급설문조사를 한 결과 4명 중 1명이 영국 사업 재검토 계획을 밝혔다고 전했다. 런던에 지사를 둔 일본 금융기관들의 엑소더스도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산케이에 따르면 유럽 총괄 현지법인 본사를 런던에 두고 있는 일본 손해보험회사 ‘재팬닛폰코아’는 이날 “브렉시트 때문에 본사 이전을 고민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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