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은 초대형 기업을 아우르는 규모나 속도에서 놀라울 따름이다. 바오산과 우한강철은 공급과잉 여파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격적으로 합병을 결정했다. 주목할 것은 중국 정부의 과단성이다. 중국 정부는 경쟁력을 갖춘 60개 철강사만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18만명의 일자리를 재배치하는 등 발 빠르게 후속대책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국영기업조차 과감히 시장에서 퇴출하는 결단도 주저하지 않을 정도다.
국내 철강업계도 공급과잉과 무역장벽 규제로 중국보다 더 절박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최대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의 초대형 인수합병(M&A)을 강 건너 불보듯 지켜만 보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심지어 중국의 공급과잉 해소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는 식의 한가한 얘기마저 들려온다. 조선이나 해운업계 역시 일감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에서도 충분한 자생력을 갖추고 있다며 구조조정에 극력 반발하는 상황이다. 노조가 앞다퉈 파업을 불사하겠다며 머리띠를 두르고 지역사회와 정치권마저 거들고 나서니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하다.
구조조정이야말로 속도가 생명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에도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지만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채 말의 성찬에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작금의 구조조정은 국내 산업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목표로 삼아 확고한 경제원칙을 밀어붙여야만 성공할 수 있다. 지금처럼 말로만 구조조정을 부르짖는다면 머지않아 초대형 중국 기업들의 하청기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