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메일 뉴스레터로 독자에게 다가가다

뉴욕타임스 섹션·지역 특화 뉴스레터 40여종 발행
워싱턴포스트는 구독자 취향 맞춰 뉴스 추천해줘
더스킴 '친구에 편지 쓰듯' 오늘 알아야할 뉴스 전달
언론사 홈페이지 유입 수단·광고플랫폼으로 진화

영미권 미디어들이 SNS(소셜미디어네트워크)와 모바일 앱(Application)으로 진화한 디지털 3.0시대에 한물 간 이메일을 되살려냈다. 독자들의 ‘미 타임(me time·혼자 보내는 재충전 시간)’을 파고들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이메일을 재발견한 것이다.

최근 영미권 뉴스 미디어들은 스팸 메일 속에 묻혀 버린 ‘이메일 뉴스레터’를 부활시켰다. 뉴욕타임스는 전담팀을 꾸리고 40종류가 넘는 다양한 뉴스레터를 발송하고, 워싱턴포스트는 독자 데이터와 개인화 엔진을 통해 맞춤형 뉴스레터를 제작 중이다. 뉴스레터로 성공한 스타트업도 등장했고, 뉴스레터를 광고 플랫폼으로 활용해 수익을 낸 사례도 늘면서 뉴스레터가 ‘미운오리 이메일’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주목할 점은 모바일 이메일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리서치회사인 라디카티 그룹은 전 세계 이메일 사용자 수가 2014년 25억 명에서 2018년 28억 명으로 4년 동안 3억 명, 12%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모바일 이메일 사용자는 같은 기간 11억명에서 22억명 이상으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디어들이 개별 독자의 수요에 맞춘 기사를 메일에 담아 보낼 수 있다면 가장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제도권 미디어들은 이메일을 중요한 유통 플랫폼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이메일이 스팸 메일의 증가로 거부감이 커졌고 그 자리를 SNS와 앱이 대신했기 때문이다. 이메일은 ‘낡고 비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낙인이 찍혔다. 강석 텍사스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미국도 이메일을 앱이나 홈페이지를 이용하기 위한 인증수단 정도로 인식했으나 최근 몇 년간 영미권 미디어 시장에서 ‘이메일 뉴스레터’가 독자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주는 수단으로 급부상했다”고 소개했다.

변화의 원동력은 디지털 구독을 통한 수익창출이었다. ‘2015 세계 신문 동향(World Press Trend)’에 따르면 세계 뉴스 미디어의 디지털 구독 수입은 2011년 4억6,000만 달러에서 2015년 30억 달러로 6배 이상 급증했다.

가브리엘 칸 USC 아넨버그 이노베이션랩 박사는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카르타헤나 세계 뉴스미디어협회(WAN IFRA) 총회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언론사들이 구글·페이스북·트위터 등 뉴스유통 플랫폼 사업자들과 주도권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이메일 뉴스레터와 알림 메시지”라며 “독자들이 언론사 홈페이지를 방문해주기를 기다리는 대신 뉴스레터와 알람을 보내자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어 “뉴스레터 구독 독자는 적극적으로 콘텐츠 소비 의사를 밝힌 그룹으로 디지털 구독 모델을 적용했을 때 효과가 가장 뚜렷하다”고 덧붙였다.


가장 앞선 곳은 뉴욕타임스다. 요리부터 육아·라이프 스타일 등 테마를 잘게 쪼갠 후 40여 가지의 뉴스레터로 제작해 발송하고 있다. 2014년에 큰 변화가 있었다. 자동으로 뉴스를 고르던 방식에서 뉴스레터 담당 데스크가 직접 뉴스를 고르고 친구에게 글을 쓰듯 친근하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유입경로 상위 5개 중 늘 뉴스레터가 차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뉴스레터가 자리를 잡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여러 버전을 만들어 독자들이 어떤 것을 더 많이 읽는지, 어떤 것이 홈페이지 유입 효과가 좋은지 등을 비교하고 구독자 대상 설문을 했다. 그 결과 ‘제목은 간결하고, 모바일로 읽기 좋고, 이미지는 큼지막한 뉴스레터’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럼에도 변신을 멈추지 않는다. 올해 초에는 대학생을 위한 뉴스레터를 발간했다. 최근에는 캘리포니아 투데이 독자들을 위해 지난 27일(현지 시간) 현지에 특화된 뉴스레터 발간에 돌입했다. 뉴욕타임스는 자사 브랜드로 기사를 내보내며 지역 특화 콘텐츠로 독자들의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리디아 폴그린(Lydia Polgreen) 뉴욕타임스 글로벌시장 부편집장은 “일상에서 뉴욕타임스가 중요해지는 것, 그것이 우리의 첫 번째 목표”라며 “독자들은 점점 더 자신과 맞닿아 있고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뉴스를 소비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개인별 맞춤 단계까지 뉴스레터 콘텐츠를 나누고 있다. 구독자들이 기존에 읽은 뉴스의 키워드와 문구, 테마를 기반으로 읽고 싶어 할만한 뉴스를 찾아 추천해주면서 기사 클릭 비율과 이메일을 열어보는 비율이 각각 3배와 2배 이상 높아졌다.

뉴스레터 하나로 성공한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주인공은 NBC 기자 출신의 대니얼 와이즈버그(Danielle Weisberg)와 칼리 자킨(Carly Zakin)이 설립한 ‘더스킴’(theSKIMM). 이 매체는 밀레니얼 세대(만 18~34세) 여성을 타깃으로 매일 오전 6시에 20~30가지 주요 뉴스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보내준다. 차별점은 밀레니얼 세대에 통하는 친근한 말투와 특유의 유머 감각이다. ‘내 친구들이 언제든 접할 수 있는 뉴스’를 표방한 그들의 실험은 순항 중이다. 이제 4년 남짓됐지만 구독자는 350만 명에 달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와 드라마 ‘섹스&더시티’의 사라 제시카 파커,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등도 포함돼 있다. 와이즈버그 대표는 니만연구소와의 인터뷰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많은 사람들이 ‘이메일은 이미 한물간 매체고 차라리 앱을 개발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며 “그러나 이들은 매일 아침 열어보는 뉴스레터가 한 사람의 일상이자 습관이 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이메일 뉴스레터를 광고 플랫픔으로 사용하는 곳도 있다. 고품격 디지털 경제 저널리즘을 표방한 쿼츠는 최근 프랑스 ‘칸 국제 광고제 2016’의 뉴스레터 사업을 맡아 참가자에게 매일 아침 ‘칸 데일리 브리프’를 보냈다. 4년간 20만 명이 구독하는 뉴스레터를 발행하며 쌓은 노하우를 토대로 쿼츠의 프로덕트 담당 부사장이 현장에 나가 매일 같이 뉴스레터를 만들었다. 수 천명의 참가자는 물론 1,100명이 추가로 등록해 쿼츠의 칸 데일리 브리프를 받아봤다. 쿼츠의 발행인 제이 라우프(Jay Lauf)는 “이메일은 독자들과 연결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고 언론사 웹사이트로 유입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채널”이라며 “그냥 밤 사이 일어난 일을 담아서 보내는 이메일은 경쟁력이 없고 오늘을 예측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세계 뉴스미디어총회(WAN-IFRA)와 세계편집인포럼(WEF)을 취재해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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