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고용유지지원금 올리고 새 일자리 발굴…직업훈련비 지원도 확대

경영악화 협력업체 4대 보험료·세금 납부기한 연장
실직인력 흡수 위해 신고리 원전·SOC사업 조기발주
조선업 밀집지역에 재취업센터…실업급여연장은 제외
노동계 "조선빅3 제외로 노조 손발 묶으려는 의도" 반발
외부하청업체 등 13만명 달하는 비정규직 지원도 숙제

정부가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한 것은 올 하반기부터 실업대란이 예상돼 직접고용 유지와 실직자 지원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다.

업계에 따르면 신규 수주 급감으로 내년 말까지 최대 6만3,000명의 조선업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우려된다. 앞으로 1년간의 예산도 애초 잡았던 4,700억원에서 7,500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하지만 정부는 파업을 예고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대기업 3사는 제외해 무분별한 지원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고용유지지원금 올리고 대체 일자리 발굴=조선 빅3를 제외한 나머지 7,800여개 조선업체는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선정되면서 △고용유지지원금 상향 조정 △직업훈련비 지원 확대 △4대 보험료 및 세금 납부 유예 △체불임금 지원 △대체 일자리 발굴 등 각종 지원을 받는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경영난에 처한 기업이 근로자를 해고하는 대신 휴업조치를 하면 근로자 휴업수당(기존 임금의 70%)의 일부를 최대 1년간 지원하는 제도다. 중소기업의 경우 휴업수당의 3분의2에서 4분의3으로, 대기업은 2분의1에서 3분의2로 상향 조정된다. 지원한도액은 1일 1인당 4만3,000원에서 6만원으로 인상한다.


중소기업 사업주에 대한 직업훈련비 지원 한도는 낸 고용보험료(직업능력개발사업부담금)의 240%에서 300%로 높아진다. 대기업은 100%에서 130%로 인상된다. 또 경영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4대 보험료, 장애인의무고용부담금, 국세, 지방세 등의 납부기한을 연장하거나 체납처분을 유예한다. 게다가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 등과 협업해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 대체 일감도 적극적으로 발굴할 방침이다. 조선업이 밀집한 울산·거제·영암·진해 지역에는 ‘조선업 희망센터’를 설치해 재취업을 지원한다.

◇자구계획 속도 내야 빅3도 검토=눈에 띄는 것은 협력업체 지원이 주 타깃이기는 했어도 대형 3사를 아예 빼버렸다는 점이다. 정부는 대형 3사는 상대적으로 물량이 많이 남아 있어 일정 기간 고용 유지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류장수 조선업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은 “오는 11월까지는 물량이 있어 원청의 변화가 크지 않고 내년 상반기까지 어려울 수 있겠지만 강력한 비자발적 실업은 나오지 않으리라고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형 3사 노조가 구조조정에 반대해 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결정을 미룬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3사의 경영상황, 고용상황 및 고용조정 전망, 임금체계 개편, 근로시간 단축 등 노사의 자구계획 이행 의지와 노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하반기에 추가 지정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채권단에 낸 자구계획을 구체화하려는 노력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실업급여를 연장해 지급하는 ‘특별연장급여’도 이번 지원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조선업 구직급여 수급자의 67.7%가 9월까지 구직급여를 받는 점이 고려됐다. 특별연장급여를 지정하면 지정 후 6개월이 혜택기간이므로 조선업 실업난이 좀 더 심해지면 지원할 계획이다. 또 기존에 실업급여를 받는 총 127만명과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실직자 규모, 재취업률 등을 계속 모니터링해 1~2개월 내에 특별연장급여 지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노동계 강력 반발=노동계는 이번 결정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파업을 준비 중인 대형 3사 노조의 손발을 묶으려는 의도”라며 “대규모 인력 감축과 임금 삭감 등을 근로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은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파업 확대로 불거질지가 변수다. 게다가 ‘물량팀(외부 하청업체)’ 등 비정규직 근로자의 생계 해결도 과제다. 20만명에 달하는 조선업의 총고용인원 중 정규직은 7만명가량에 불과하다. 나머지 13만명은 사내 하도급업체나 물량팀 등 비정규직 근로자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이들은 사회보험 가입률도 매우 저조해 실업급여도 제대로 받지 못할 우려가 크다. 정부가 고용보험 미가입자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 방침을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크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5차 고용정책심의회’를 마치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과 함께 실직 근로자 생계안정, 고용 유지 지원 강화 등 대책을 발표했다. 다만 이번 1차 지정에서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와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대형 3사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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