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은행들의 올해 상반기 실적이 마무리된 가운데 은행별 자산 성장 전략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다소 공격적으로 대출 자산을 늘리고 있는 반면 신한은행은 ‘내실 다지기’에 보다 주력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통합에 성공한 KEB하나은행은 지난해보다 대출 자산을 크게 줄이며 숨 고르기에 돌입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월 말까지 4대 은행의 원화대출금 증감률을 보면 우리은행이 3.70%로 가장 높고 이어 국민은행이 3.31%, 신한은행이 2.70%, KEB하나은행이 -1.99%로 뒤를 이었다. 올해 상반기 국내 경제성장률이 2% 중후반대로 예측되는 점을 고려하면 일부 은행은 여전히 대출 증가세가 경제성장률을 크게 웃돈다.
부동산 시장의 반짝 호황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해보다도 대출 증가율이 더 높아진 곳은 국민은행이다. 지난해 1~5월 1.87%의 증가율을 보였던 국민은행 원화대출금은 올해 같은 기간에는 총 6조8,542억원 늘어 3.3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기업대출이 4.13%나 증가했는데 이는 강점이 있는 대출 시장에서 전략적으로 대출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라는 것이 국민은행 측 설명이다.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지난해의 폭발적인 증가세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자산 증가 속도가 빠르다. 올해 5월까지 원화대출금이 6조8,355억원(3.70%) 늘었는데 가계대출에서만 5조9,702억원(6.50%)이 늘어났다. 금융권에서는 대기업 대출 시장 등에서 속도 조절을 하고 있는 우리은행이 가계대출 확대를 통해 대출 자산을 늘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들어 지난해 1~5월 증가율(4.0%)보다는 둔화된 2.70%의 대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원화대출금 증가 규모는 총 4조8,230억원이며 가계와 기업 모두 고루 증가하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신한은행은 올해 중소법인과 가계 신용대출 분야에 주력해 대출을 늘리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대출 시장에서 지난해보다는 속도 조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합 이후 자산 다운사이징을 추진하는 KEB하나은행은 올해 5월까지 원화대출금이 지난해보다 되레 줄어들었다. 가계 대출이 2조3,000억원, 기업대출은 1조원가량 줄었다. 저금리가 장기화되며 순이자마진(NIM)이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KEB하나은행은 대출 자산을 늘리기보다는 하나멤버스 등을 통한 고객 저변 넓히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4대 은행의 자산 성장 전략이 엇갈리는 가운데 올 상반기 실적 경쟁에서 어느 은행이 양호한 성적표를 받을지 시장의 관심이 높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예년처럼 단순히 대출이 많이 늘었다고 순이익이 커지는 환경이 아닌 만큼 수수료 수익 확보나 충당금 관리를 잘한 은행이 상대적으로 우량한 실적을 보여주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