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부채 ‘한계가구’는 134만2,000가구로 전년 대비 3만9,000가구 (3.0%) 증가했다. 한계가구란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으면서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처분가능소득의 40%가 넘는 가구를 말한다. 이들 한계 가구의 비중은 금융부채를 보유한 전체 가구 중 12.5%였고 보유 금융부채는 전체 가계 금융부채의 29.1%에 달했다.
가계부실위험지수(HDRI)가 100을 초과하는 ‘부실위험가구’는 전년 대비 3만가구 늘어난 114만4,000가구로 전체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10.4%였다. 가계부실위험지수는 금융자산·부채에 한하는 한계가구의 범위를 실물자산 범위까지 넓히기 위해 산정한 지수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이 40%이면서 총부채 비율이 총자산과 같은 경우를 100으로 놓고 이를 초과할 경우 부실위험가구로 분류한다. 쉽게 말해 부동산 등의 실물자산을 처분해도 빚 갚기가 쉽지 않은 가구다.
한계가구와 부실위험가구로 중복 판별된 ‘고위험군’ 가구도 54만가구에 달했다. 고위험군 가구에는 저소득층(40%)과 40대(38.5%), 그리고 자영업자 계층(34.2%)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같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자 보험·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가계대출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과 다중채무자 등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취약 대출이 늘고 있다. 여러 곳의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대출은 지난 1·4분기 말 현재 128조9,000억원으로 1년 전(112조2,000억원)보다 16조7,000억원 늘었다.
아파트 집단대출도 위험수위에 올라섰다.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 집단대출 잔액은 115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5조2,000억원 늘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증가액(8조8,000억원)의 60%에 달한다. 특히 보고서는 이미 공급 과잉 국면에 진입한 부산과 대구 등의 지방에서 비은행금융기관 대출이 부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 관계자는 “부산·대구 등 일부 지역의 경우 2013~2015년 아파트 공급물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가격 하락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수도권 지역 집단대출은 부실화할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수도권 이외 지역과 비은행금융기관이 취급한 집단대출은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