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12일(현지시간) 자살폭탄 공격이 두 차례 일어나 240여명이 죽거나 다쳤다. 극단주의 수니파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주장이 사실일 경우 IS는 최근 이집트 시나이반도 여객기 추락사건에 이어 이번 자살폭탄 공격까지 감행해 테러의 강도를 한층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리라 등에 따르면 베이루트 남부의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거점지역에서 두 차례 연속 자살폭탄 공격이 발생해 최소 43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부상했다. 와엘 아부 파우르 레바논 보건장관은 "부상자 중에는 중상자도 있다"고 밝혀 앞으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폭탄 공격이 일어난 지역 인근의 건물이 크게 파손되는 등 재산피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무장군인들이 현장에 출동해 출입을 봉쇄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 퇴근시간대에 베이루트 남부 외곽 부르즈 엘바라즈네 팔레스타인 난민촌 인근 아인엘 시케 지역의 쇼핑가에서 폭발물이 장착된 조끼를 입은 한 남성이 폭발물을 터뜨리면서 일어났다. 이 지역은 베이루트 공항과 주요 도로가 관통하는 상업·거주지로 시아파 주민이 다수 거주한다. 목격자들은 "몇 분 간격을 두고 연속으로 폭발음이 들렸다"고 말했으며 한 레바논군 관계자는 "사고현장에서 자살폭탄 공격을 시도하려다 실패한 '제3의 테러리스트'가 목격됐다"고 전했다. 최소 세 차례 이상의 자살폭탄 공격이 계획됐고 이 중 두 차례가 실행됐다는 얘기다.

사고 직후 IS는 트위터에 성명을 내 "연쇄 폭탄 공격은 우리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IS는 "우리 대원이 폭발물이 실린 오토바이를 끌고 군중이 모인 장소에서 스스로 폭발물을 터뜨렸다"고 밝혔다. IS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집권을 지지해온 헤즈볼라 등 시아파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겠다고 위협해왔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