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속도보다 10배는 빨라져야 합니다."
이서현(사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 이후 처음으로 '스피드 경영'을 주문하며 본격적인 책임경영의 기치를 올렸다 .
9일 업계에 따르면 이 사장은 지난 8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통합 100일을 맞아 사내방송에서 "내부를 보지 말고 외부(경쟁사)를 보라. 내부 역량(직원 간의 협업)을 활용하자"고 강조했다. 그가 주문한 스피드 경영은 이 사장의 부친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늘 강조해 온 경영 철칙 중 하나다. 스피드 경영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오빠인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언니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에 이어 본격적으로 자신의 경영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다. 특히 오너인 이 사장이 사내방송에 직접 출연해 임직원에게 메시지를 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만큼 삼성 패션이 처한 위기를 신속히 극복하고 재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유니클로 등 글로벌 의류업체의 공세와 계속되는 경기침체 여파로 3·4분기까지 누적적자가 250억원에 달하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삼성물산의 한 관계자는 "이 사장이 과거 사내방송을 한 적이 있지만 통합 이후에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어려운 시기에) 임직원이 다 같이 신발끈을 다시 묶고 뛰자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또 '삼성물산의 꿈'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스피드(속도)' '아웃룩(관점·전망)' '컬래버레이션(협업)'이 필요하다"며 "이 3가지는 그냥 외치는 구호가 아니라 임직원들이 실행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꿈 실현을 위해 실행전략도 내놓았다. 우선 '핫라인'을 개설해 임직원과 언제든지 자유롭게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식 미팅은 오전 10시 이후에 진행하고 자율출퇴근제를 적극 실시해 유연한 근무 조직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 사장은 지난 1일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겸직하던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사장을 그만두고 삼성의 패션부문 사장을 맡으며 풍전등화의 삼성 패션을 살리는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이후 일주일만인 지난 7일 '절체절명의 경영 위기'를 강조하며 비효율 제거 및 중복 기능 통합을 골자로 한 개편안을 내놓고, 지난 6월 신설된 상품본부를 상품총괄로 재편해 사실상 삼성패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했다.
/심희정기자 yvett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