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법> 리스크 사회 생존전략...感을 키워라

■우치다 타츠루 지음, 북뱅 펴냄
묻지마 살인·자연재해 등
불확실성의 시대 사는 현대인
촉과 같은 위기 감지 능력 필요
신체 감각 예민하게 단련해둬야

‘사악한 것을 물리는 치는 법’. 여름을 맞아 찾아온 ‘퇴마물’로 보이지만 책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법’은 사계절 우리를 둘러싼 ‘사악한’ 것에 관한 책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책이 말하는 사악한 것이란 눈에 보이는 실체도 흡혈귀 혹은 좀비 같은 것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저자 우치다 타츠루에 따르면 ‘아버지’, ‘가족’처럼 언제나 눈앞에 보고 있는 존재까지 ‘사악한 것’이 될 수 있다. 즉 ‘사악한 것’은 악마나 인간이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느끼는 자연재해 등만이 아니라 부권제 이데올로기나 역사를 관통하는 절대정신, 사회 시스템 등의 얼굴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렇듯 무엇이 위험한지는 우리 눈에 쉽사리 보이는 것이 아니다.

책은 우치다 타츠루가 2005년~2009년까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 가운데 ‘저주’를 키워드로 한 것들을 위주로 엮었다. 모방 범죄가 내포한 섬뜩한 덫, 거울뉴런과 유체이탈, 피해자의 저주, 영적 체험의 수용 방법에서 초식계 남자 문제 그리고 소설 ‘1Q84’의 서사 구조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다양한 주제를 다룬 46편의 글에 리스크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을 담았다.

우선 1995년 고베 대지진의 현장에 있던 저자는 당시의 경험을 통해 몇 가지 가르침을 얻었다고 전한다. 우선 매뉴얼 없는 극한 상황에서도 적절한 행위를 무의식중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복구 사업을 하는 중에 ‘여기 누가 와 주었으면…’ 하고 있을 때 마침 찾아와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저자에 따르면 이는 일종의 ‘신체 감각’ 같은 것이다. 전모를 모두 파악해 가장 적절한 답만 내놓으려는 스마트함을 단념하지 않으면 신체가 움직이지 않는 국면이 있고, 어디에서 누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지를 직감하는 힘, 기댈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식별하는 감수성이 이런 상황에서는 더욱 예민해진다는 것을 대지진의 경험으로부터 배웠다는 것이다.


또 저자는 연쇄살인과 묻지마 살인을 통해 그것이 지닌 사악함의 심오함을 지적한다. 많이 죽일수록 사악하다는 것이 아니며 연쇄살인자의 사악함은 피해자의 유일무이함을 손상 시킨다는 데 있다. 곧 피해자를 살아 있는 인간이 아니라 ‘기호’로 바꾸어버리는 점이야말로 연쇄 살인자의 ‘본래적인 사악함’이라는 것. 이런 살인 사건의 용의자들은 대게 누구를 죽이든 상관이 없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숫자’일뿐이며 그들이 살해한 사람은 그저 살해의 대상인 ‘기호’일 뿐이다.

따라서 저자는 연쇄살인이나 묻지마 살인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건 자체에 대한 언급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언급을 하면 할수록 이들 존재에 영원성을 부여하는 것이며 모방범죄 또한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저자는 대중은 범죄자들의 범행 동기가 얼마나 보잘것없고 비합리적인지에 대해 ‘진저리’를 쳐야 하며, 그래야만 모방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저자는 리스크, 불확실성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위기 감지 능력 그리고 촉과 같은 직관적인 앎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언제 사고가 터져도 바로 “이쪽”이라며 사고를 피해갈 수 있는 그런 신체 감각을 키울 것을 권한다. 인간의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힘에 대해 자만하지 말고 알려고 노력하는 겸허함, 언제든 내가 모르는 것을 확장된 인식의 틀로 담아보겠다는 열린 마음 등이 저자가 생각하는 시대적 요청인 셈이다. 1만5,8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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