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시험발사체의 발사 일정이 늦춰진 것은 처음부터 일정을 무리하게 잡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계획으로는 달 착륙선이 달에 착륙하는 시기가 2025년이었다. 그러던 것이 2012년 대통령선거 후보 TV토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2020년 달에 태극기가 펄럭이게 하겠다”라고 밝히면서 일정이 5년이나 앞당겨졌다. 이후 새 정부와 함께 출범한 미래창조과학부는 2020년 계획을 확정했다. 당시 전문가 사이에서는 “우리의 항공우주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외국과의 기술협력은 물론 주요 과제가 한 번의 실수나 지연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는 전제하에 2020년 달 착륙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외국과의 기술협력에 문제가 생기면 2025년도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후 정부는 의욕적으로 달 탐사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제일 중요한 예산 확보부터 차질을 빚었다. 달 탐사 프로젝트에는 1단계 사업기간(2015∼2017년)에 1,978억원이 필요하지만 첫해인 2015년 예산 410억원이 국회에서 ‘쪽지예산’ 논란이 벌어지며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올해 처음으로 애초 계획에서 100억원 늘어난 200억원의 예산이 배정됐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달 탐사 일정에 변동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우리는 달 탐사 프로젝트를 통해 뒤처진 우주기술 경쟁대열에 합류하려 한다. 달 탐사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필요한 우주기술을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이 지원돼야 한다. 그보다 중요한 일은 국가 과학기술 정책에 정치가 함부로 개입하지 않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