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후...英은 지금] 메이 "이민자 일부 양보·EU 접근권 유지"...고브 "완전분리" 강경

英 유력 총리 후보 '브렉시트 플랜'은
메이 "EU와 교역은 필수...이민 통제에 올인 못해"
고브 "이동 자유 통제권 갖고 독자무역 추진해야"
강경파 후보들 난립으로 메이의 '타협론'에 무게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에 반대하는 4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석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 하원에 재투표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에도 4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을 했다./런던=신화연합뉴스
0415A08 보수당경선수정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의 경선 포기 이후 영국의 차기 총리 후보들이 잇따라 유럽연합(EU) 잔류를 위한 재투표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향후 구체적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플랜이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유력 영국 총리 후보인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과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은 브렉시트가 불가피하다는 대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영-EU 관계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선두주자로 꼽히는 메이 내무장관이 이민자 문제와 관련된 ‘사람 이동의 자유’를 부분적으로 양보하고 EU에 대한 단일시장 접근권을 유지하는 중립적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반면 존슨 전 시장과 함께 브렉시트 찬성 운동을 이끌었던 고브 장관은 영국이 이민자 유입을 완전 통제하고 유럽연합 단일시장에서도 나오는 강경론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이 장관은 3일(현지시간) ITV 방송과 인터뷰에서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기 이전에 우리의 협상 입장이 분명해져야 한다”며 “일단 발동하고 나면 그다음에는 모든 절차가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U와의 탈퇴 협상을 서두르지 않고 최대한 시간을 벌겠다는 뜻이다.


메이 장관은 또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이동의 자유가 현 수준으로 계속될 수는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라며 “이동의 자유에 대한 올바른 합의를 얻는 게 중요하지만 상품·서비스 교역과 관련해서도 최선의 합의를 얻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동의 자유와 EU시장 접근을 절충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날 BBC방송도 메이 장관이 이민자 문제와 관련해 EU에 일부 양보하는 대신 EU 단일시장에 대한 영국의 접근권을 유럽연합 탈퇴 후에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U 탈퇴파의 대표주자인 고브 장관은 중립적인 메이 장관과 달리 영국과 EU의 완전한 분리를 주장하고 있다. 고브 장관은 지난달 30일 보수당 당수 출마 기자회견에서 “내가 총리가 되면 유럽으로부터 넘어오는 이민자들의 이동을 끝낼 것”이라며 “영국은 사람 이동의 자유에 대해 완전한 통제권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고브 장관은 EU 단일시장에서도 영국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다. BBC는 5,000단어가 넘는 고브 장관의 출마선언문에 EU 단일시장과 관련된 설명이 한 차례도 나오지 않는다며 그가 EU 탈퇴와 함께 영국의 독자적 무역방식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BBC와 인터뷰한 한 고브 캠프 관계자도 “이민자 문제 통제권과 단일시장 접근권을 동시에 획득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단 현재 보수당 대표 경선 흐름은 ‘타협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고브 장관 외에도 탈퇴파 후보들의 난립으로 잔류파인 메이 후보에 유리한 판세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EU 탈퇴파 내에서 안드레아 리드섬 에너지부 차관이 고브 법무장관의 지지층을 흡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당초 존슨 전 시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던 보수당 의원 30여명은 다음주 리드섬 차관에 대한 지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할 예정이다. 텔레그래프는 “고브 장관이 자신의 세를 규합하기 위해 1일 주재한 오찬 행사에 참석한 의원은 고작 5명이 전부였다”며 “보수당 풀뿌리 당원들 역시 존슨 전 시장을 배신한 고브 장관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과 인터뷰한 한 보수당 간부도 “보수당 지역위원장들이 고브 장관에 격분한 상태”라며 “그들이 경선에서 고브 장관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