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변하지 않으면 서든데스" 최태원 '뉴SK 선언'



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이 ‘뉴SK’ 선언으로 그룹 전반에 대대적인 변신을 주문했다.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변동하는 가운데 그룹 전반의 경영지표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판단, 전 임직원에게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강한 위기의식을 불어넣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지난달 30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및 핵심 임원 40여명을 긴급 소집해 ‘2016 SK그룹 확대경영회의’를 열고 “현재 경영환경 아래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천천히(slow) 망하는 게 아니라 ‘서든데스(sudden death, 급작스러운 사망)’에 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회장은 특히 “현재 SK그룹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고 대부분 관계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각종 경영지표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기업 간 경쟁을 전쟁에 비유하는데 진짜 전쟁이라면 용납되지 않는 상황이다. 회사가 망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바꾼다는 자세로 경영에 임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업 모델 △일하는 방식 등 기업문화 혁신 △회사 체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자산효율화’ 등 3대 부문의 혁신을 주문했다.

최 회장은 각 계열사 CEO가 사업·조직·문화의 구체적인 변화와 실천계획을 오는 10월 말 CEO 세미나 때까지 정하라고 지시했다.

최 회장의 이번 뉴SK 선언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결연한 변화의 의지가 담겨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 1998년부터 그룹 경영을 맡은 최 회장이 이렇게 강한 어조로 임직원의 변화를 주문하고 이를 외부에 공개한 것은 처음”이라며 “하반기 이후 SK그룹 전반에 대대적인 혁신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계열사 임원들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소집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든 것을 바꾸라”고 주문하고 신경영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어 삼성의 체질개선을 주도한 바 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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