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조업 다 빠져나가는데 법인세 올릴 생각하나

국내 제조업의 산업공동화 현상이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3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산업 공동화 어디까지 왔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 부문의 해외생산의존도는 매년 크게 높아져 2014년 18.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13.9%였던 것과 비교하면 5년 사이 4.6%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이는 우리보다 먼저 산업공동화 현상을 겪은 일본의 2011년 해외생산 비중(18.0%)을 웃도는 수준이다.


제조업공동화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현상이기는 하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되면서 국내 경제 곳곳에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전체 투자가 늘어도 국내 투자는 급격히 줄고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이 단적인 현상이다. 상반기 국내 상장사의 설비투자가 지난해의 4분의1 수준으로 떨어지는 ‘투자절벽’이 현실화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제조업에 10억원을 투자할 때 직간접적으로 생겨나는 취업자 수를 보여주는 취업유발계수도 2000년 20.3명에서 2013년에는 8.6명으로 급감했다.

문제는 지금 상태라면 이런 현상이 가속화하면 했지 둔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이미 상당수 주력 제조업체들은 고임금에 따른 경쟁력 상실로 국내에 제조설비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버거운 실정이다. 기업들이 쉬쉬하며 꾸준히 해외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도 그래서다. 그런 상황인데도 정치권은 경제민주화를 빌미로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는 등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부추겨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꺾는 방안을 강구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이래서는 제조업이 활력을 되찾기는커녕 공장과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산업공동화가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주요국들이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낮추는 것도 자국 내의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절반인 17개국이 법인세를 낮췄다. 경쟁국보다 여전히 높은 법인세를 인상해 기업들을 해외로 내모는 자가당착만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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