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식명령사건 불이익 변경금지' 폐지되나

정식재판서 범행 드러나도 벌금형 수준 처벌밖에
"형벌 상한 보증제 전락" 법무부 형소법 개정안 입법옉도
변호사 협회"헌법 보장된 재판 청구권 위축" 반대

정부가 ‘형벌 상한제’로 전락한 약식명령 사건의 불이익 변경금지에 대한 폐지를 추진키로 했다.

약식명령을 받은 피고인이 정식 재판을 청구하면 재판을 받는 도중 새로운 범죄 혐의가 밝혀져도 현 제도로는 약식명령 이상의 형량을 적용할 수 없다는 맹점을 바로잡으려는 조치다.

법무부는 최근 관보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은 형소법 제457조의 2를 삭제해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 사건에서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을 폐지토록 한 것이다.


정부가 불이익 변경금지 폐지에 나선 이유는 이 제도가 약식명령을 선고받은 피고인들 사이에서 사실상 ‘형벌 상한 보증제’로 전락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현행 제도로는 피고인이 정식 재판을 청구해도 약식명령으로 받은 가벼운 벌금형 이상으로 선고할 수 없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새로운 범행 사실이 밝혀지거나 증거 조작 등 위법 행위를 바탕으로 약식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져도 죄에 걸맞은 처벌을 할 수 없는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정식재판 청구 사건이 1997년 1.8%에서 2014년 11.5%로 늘어나는 등 급증세를 보이고 있어 신속한 사법 절차 해소라는 약식명령 제도의 취지와 어긋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는 “서류 재판인 약식명령의 결정이 공판 절차를 거치는 정식 재판 판결보다 우선하게 돼 사법 정의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박병대 법원행정처장도 지난 2014년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형사 판결의 확정을 지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악용되고 있어 입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히는 등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반면 변호사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 움직임을 우려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 피고인의 정당한 재판 청구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4월 성명을 내고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은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바탕을 이루는 원칙”이라며 “원칙이 폐지되면 정식 재판에서 약식명령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될 수 있어 피고인의 정식재판 청구권이 크게 위축된다”고 주장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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