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세종·서울 간 영상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장기 저성장 궤도에 진입하며 ‘글로벌 무역 위축→제조업 생산성 하락→일자리 부족’이라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 등 선진국들은 헬스케어와 클라우드·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서비스산업 발전 전략으로 경제성장의 중심축을 옮기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서비스업은 10년째 공회전을 하고 있다.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서비스업 부가가치 비중은 2005년(59.4%)이나 지난해(59.7%)나 같은 수준이다. 우리 서비스산업의 노동생산성은 OECD 26개 국가 가운데 21위다. 강기룡 기획재정부 서비스경제과장은 “우리 전체 산업에서 서비스업의 고용 비중은 지난해 70.1%인 데 반해 부가가치 비중은 전체의 59.7%에 불과하다”며 “이는 우리 서비스업이 저부가가치인 음식·숙박업 등에 치중돼 있어 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이번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에 서비스업 세제지원과 인프라 확충, 7대 유망 서비스사업(의료·관광·콘텐츠·교육·금융·소프트웨어·물류)을 통해 2020년까지 서비스산업의 고용(73%)과 부가가치 비중(65%)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유망 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 25만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담았다.
또 같은 해 12월(서비스·고용·지자체 규제 개선)과 2014년 8월(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올해 2월(공유경제 등 새로운 서비스산업 육성) 내놓은 대책들을 종합하는 데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 오히려 기존 대책보다 퇴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존 내용을 재탕 삼탕한 대책도 있다. 공공조달시장에 벤처기업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나라장터’에 전용서비스를 구축한다는 내용은 2013년이나 이번 대책이나 동일하다. 콘텐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2013년에는 창의인재개발원을 설립한다더니 이번 대책에는 ‘콘텐츠인력양성기본계획’을 만들겠다며 원점으로 다시 돌아갔다. 또 지역 18개의 산업진흥원을 중심으로 저작권보호 활동에 나선다던 계획은 ‘저작권보호원’을 설립하기로 하면서 ‘관계기관 늘리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더욱이 이번 대책 준비과정에서 부처간 이견만 더 커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몇 년간 부처 간 갈등으로 해결되지 못했던 원격의료 시행과 편의점 상비약 구비 확대, 일명 ‘쿠팡 총알배송’으로 불리는 소형 화물차 진입 규제는 ‘논의를 거쳐 발전 방향을 마련한다’는 수준의 미봉책만 나왔다. 2013년 제조업에 비해 비싼 전기료를 쓰는 서비스업 전기요금 차별을 없애는 방안은 관련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제조업계의 반발로 이번 대책에서 아예 자취를 감췄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서비스기본법)’이 통과돼야 부처 간 이견을 좁힐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법안은 기획재정부가 서비스산업 주무부처로 명시돼 있고 5년마다 기본계획을 세워 추진 상황을 점검할 수 있게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또 다른 법률에 서비스업 관련 규정이 없으면 서비스기본법이 정한 내용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이번 서비스대책 마련에 참여한 국책연구원 연구원은 “세부대책을 내놓고 시행하려고 하면 각 소관부처의 규제가 있고 이를 피하려 다시 또 세부대책을 마련하는 바람에 서비스대책이 백과사전식으로 항목만 많아지고 있다”면서 “적어도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할 명확한 법적 근거라도 있어야 서비스업 발전을 위한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