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검찰' 공정위의 잇단 헛발질

'은행 CD금리 담합' 4년 끌다 결국 무혐의...시장혼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4년여 동안 조사해온 6개 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발행금리 담합 의혹에 대해 사실상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지난 5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건에 내린 불허 결정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정위 사무처가 공정위 역사상 가장 오래 조사한 ‘CD금리 담합’ 사건마저 내부 최고의결기구인 전원회의에서 뒤집히면서 ‘경제검찰’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29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KB국민·농협·신한·우리·KEB하나·SC제일은행 6곳이 2009년부터 현재까지 CD 발행금리를 전날 금융투자협회에서 고시한 수익률인 ‘파(par) 발행’하기로 짬짜미했다는 사무처의 주장은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해 심의절차를 종료했다고 6일 밝혔다. 심의절차 종료는 제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혐의와 같지만 제보 등 추가로 확실한 증거가 나올 경우 조사 가능성을 열어두는 결정이다. 그러나 공정위가 역대 최장기간을 조사하고도 증거를 찾지 못한 사건에 대해 새로운 증거를 밝히기는 역부족이라는 게 공정위 안팎의 평가다.


공정위 심사관은 2012년 7월 현장조사를 시작으로 세 차례 조사와 자료 요구, 진술 등을 통해 6개 은행의 파 발행 비율이 2009년 이전에는 평균 46%였지만 2009년 89%로 늘었다고 밝혔다. 은행 담당자들이 발행시장협의회 메신저로 CD 발행금리에 대해 연락한 정황도 증거로 제출했다. CD와 발행조건이 비슷한 은행채와 비교해 은행채 금리가 내려갈 때 CD 금리는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근거로 삼았다. 특히 공정위 심사관은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삼는 CD 금리를 높게 유지하면서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 전원회의는 은행들이 CD 금리를 담합하려면 같은 시기에 발행해야 하지만 최대 3년9개월이나 격차가 났고 은행 간 파 발행비율의 차이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실무진인 은행 과장급들이 메신저에서 한 대화만으로 담합을 합의했다고 판단하기 어려우며 은행채와 CD는 발행규모와 수요처 등이 달라 직접 비교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금리가 오를 때도 CD 금리는 일정하게 유지한 점 또한 은행이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봤다.

이 사건을 맡은 최영근 공정위 카르텔총괄과장은 “묵시적 담합으로 봤고 그래서 정황증거를 통해 입증해야 했는데 그러다 보니 검토할 서류가 많았다”며 “국민 생활에 파급 효과가 큰 사건이었기 때문에 면밀히 검토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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