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무역’과 ‘투자’ 진흥을 목표로 지난 2013년 5월 34년 만에 무역투자진흥회의를 다시 열었다. 지금까지 개최 횟수는 총 10번. 부활 첫해는 4번 열렸지만 2014년부터는 회의 안건 부족 등을 이유로 연간 두 차례로 줄었다. 정부 발표만 보면 무투회의의 파급 효과는 매우 크다. 9차 회의까지 총 60조원 규모의 37건에 달하는 프로젝트가 발굴됐고 이번 10차 회의에 올려진 안건의 투자 효과도 3조6,000억원에 이른다. 프로젝트도 로드맵에 따라 착착 진행돼 이미 19건(30조원)은 착공됐고 새만금산업단지 내 태양광시설 투자 등 4건은 마무리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겉모습에 비해 내실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투회의가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기보다는 당장 손쉬운 개발대책이나 지엽적 규제 완화로 기울고 있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이번 10차 무투회의에서 주목받은 안건도 의정부에 복합쇼핑몰을 조성하고 반려동물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한다는 내용 등이었다. 물론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 등을 자동차업종과 접목해 미래 차 산업을 주도하고 에너지 신산업과 프리미엄 소비재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수출전략도 나왔다. 하지만 여러 차례 나왔던 대책을 다듬는 수준에 가까워 새로울 게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무역입국을 부르짖으며 무투회의를 살려놓은 지 2년 만인 지난해 우리나라는 ‘무역 1조달러 국가’라는 타이틀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무투회의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처별로 쪼개진 정책을 통합적으로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무투회의에 맡기되 수출 진흥 창구로서의 기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이부형 박사는 “예전과 같은 국가 주도의 성장이 어렵다면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을 피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더 해야 한다”며 “특히 지나치게 많은 정책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정책 추동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무역은 퇴보하고 기업들은 막대한 유보금이 있어도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며 “무투회의가 제대로 된 원인진단을 하고 정책을 구체화시키는 창구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1980년대 경제위기론 속에 정부 주도로 ‘경쟁력위원회’를 만들었던 미국의 경우 의장은 대통령이 맡았지만 위원장은 민간기업(모토로라) 몫으로 줘 시장 친화적 정책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며 “우리도 이런 점을 벤치마킹해 무투회의에서 민간기업의 역할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