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토니 블레어 총리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함께 이라크 내에 감춰진 대량 살상 무기를 찾아 세계 평화를 공고히 한다는 점을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보고서를 보면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꼽았던 사담 후세인 대통령에 의한 급박한 위협이 없었다고 봤다. ‘위협’ 주장은 영국 정보기관의 허점을 가진 정보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봤다. 결국 당시 블레어 총리는 있지도 않은 위협을 있다고 오판하고 전쟁의 필요성을 과장한 셈이 된다. 아울러 보고서는 전쟁을 주도했던 미국에 대해서도 비판의 화살을 겨눴다. 나아가 영국이 참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영국과 미국의 양국 관계가 악화되지 않았으리라고 판단 내리며 동맹 관계에 바탕을 둔 전쟁의 불가피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칠콧 보고서가 나오자 이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당시 전쟁을 주도했던 블레어와 부시는 자신들의 판단이 옳았다는 점을 여전히 역설했지만 영국의 참전에 반대했던 진영은 블레어가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고서는 과거에 있었던 이라크 전쟁에 대한 평가이지만 영국이 미래를 맞이하게 될 전쟁에 대해 커다란 영향을 줄 것이다. 이라크 전쟁이 명백하게 부당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미래에 전쟁이 부당하다고 간주될 경우 개전과 참전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인들은 과거의 부당한 전쟁을 막지 못했지만 미래에 있을 부당한 전쟁을 지금 막으려고 할 것이다.
오늘날의 칠콧은 과거의 맹가처럼 “사실이 아닌 것은 부당하다”고 말하고 있으니 영국은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보고서에서 영국은 이라크의 무장해제를 위한 평화적 수단들이 소진되기 전에 미국의 침공에 가담하는 선택을 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우리도 ‘맹가 보고서’나 ‘칠콧 보고서’에 뒤지지 않은 명명백백한 보고서를 쓸 수 있을까. 반민특위의 활동, 광주 민주화 항쟁, 세월호 참사 등을 떠올리면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의 엄정한 보고서는 “아직 아니다(not yet)”라고 할 수 있다.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